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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산업 메카로 뜨는 광주 탄탄한 LED 클러스터 … 기업들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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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호남고속도로 광주 광산IC에서 동쪽으로 난 3㎞ 구간의 6차로 ‘첨단로’. 이 거리의 신호등·교통표지판·버스정류장은 태양광전지를 이용한 발광다이오드(LED) 제품을 쓴다. 광(光)산업 도시 광주시가 LED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반도체 광소자를 활용해 빛을 내는 LED는 효율이 높아 미래 친환경 조명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거리 양옆으로는 광주과학기술원을 비롯해 한국광기술원, 한국광산업진흥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광주연구센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광통신연구센터, 광주테크노파크, 전자부품연구원 같은 광산업 연구 및 지원 기관이 즐비하다. 도로 끝자락엔 광(光)산업체들이 몰려 있다. 국내 유일의 광산업집적화단지다.


◇관련 업체·기관 집적으로 시너지=2000년 지역진흥사업으로 시작된 광주 광산업은 올해 업체 수 332곳, 매출액 1조2100억원을 내다볼 정도로 성장했다. 국내 광산업체 중 30%가 광주에 몰려 있다. 1999년 광주 광산업체 수는 47곳, 매출액은 1136억원이었다. 9년 새 300개 가까운 업체가 생겨나고 매출액은 10배 이상 늘었다. 이병록 광주시 기획관리실장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한 다른 곳의 지역진흥사업이 쇠퇴한 것과 달리 광주 광산업은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말했다.

2005년 광주테크노파크에 입주한 코세미㈜의 전선욱(47) 사장은 매달 둘째 주 화요일 ‘LED미니클러스터’ 정기포럼에 참석해 신기술과 마케팅 정보를 나누고 토론을 벌인다. 이 미니클러스터는 산업체와 학계·연구기관 전문가 40명으로 구성돼 있다. 전 사장은 광주테크노파크의 공용장비인 항온항습기 검사기를 거의 매일 사용해 제품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그는 “집적화단지에 입주함으로써 새 기술에 쉽게 접할 수 있는 데다 중소기업이 갖기 어려운 고가의 장비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광기술원 클린룸에서 입주 업체들이 광 관련 제품을 시험생산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광 전문연구기관인 한국광기술원은 광주 광산업이 꽃피우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이런 장점이 있다 보니 서울반도체㈜, 엔하이테크㈜, ㈜코셋 같은 수도권의 우수 기업들도 이곳에 잇따라 공장을 지었다. 광산업 육성을 위해 2000년 이후 지금까지 국비와 시비 등 모두 1조316억원이 투자됐다. 입주업체 중 올해 매출 100억원 이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는 13~15곳에 이른다.

◇전문연구기관이 성장의 밑거름=광주 광산업 발전의 중심에는 2001년 문을 연 한국광기술원이 있다. 석·박사 연구원 64명을 포함해 150명이 기술개발과 기업지원 업무를 펴고 있는 이곳은 국내 최고의 광 전문연구기관으로 꼽힌다. 2004년부터는 LED 관련 첨단기술을 기업에 전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다. 기업들과 공동으로 시제품을 만드는 첨단 클린룸 3동(3000㎡)을 비롯해 529점 810억원 상당의 첨단 고기능 장비들을 갖췄다. 광기술원은 초고출력 UV(자외선) LED칩, RGB(적색·녹색·청색) LED칩, 태양과 같은 색온도를 내는 LED조명 램프 등을 개발해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전자통신연구원 광통신연구센터의 역할도 주목할 만하다. 이곳은 2005년부터 119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광가입자망(FTTH) 서비스 개발에 나서고 있다. 광주시내 아파트 단지 40여 곳에 2만 회선을 구축해 가입자들에게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기술점검 및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국제인증업무를 통해 기업들에 한해 1000억원씩의 매출증대 효과를 내게 하고 있다.

광주 광산업은 2010년 기업체 385곳, 고용인원 1만910명, 매출액 2조2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할 것으로 한국광산업진흥회는 전망했다. 전영복 광산업진흥회 부회장은 “내년부터는 LED산업을 중심으로 광주 광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 2010년 우리나라가 세계 5대 광산업 강국으로 진입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창환 기자

◇광산업=빛을 만들고 제어하며 활용하는 산업. 1960년대 레이저 발명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이후 레이저반도체 레이저, LED 같은 광원(光源)이 개발되고, 이런 광원의 특성에 맞는 응용분야가 개척됐다. 광통신·광원·광정보기기·광정밀기기·광소재·광학기기 분야로 나뉜다.



“정부 육성자금 광주에 집중될 것”
박광태 시장 일문일답

“정부의 LED 산업 육성자금은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진 광주에 집중될 것입니다.”

박광태(사진) 광주시장은 “LED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선 산·학·연의 협동체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시장은 최근 본지와의 간담회를 통해 ‘LED 시티’의 꿈을 역설했다. ‘LED 시티’란 도시기반시설 전반에 LED 조명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이를 위한 연구 및 산업 기반을 갖춘 도시를 말한다.

-LED 산업이 왜 중요한가.

“광주시·연구기관·학계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된 ‘LED 조명도시 기획위원회’가 최근 낸 보고서에 따르면 LED 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60억 달러에서 2015년 10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약 2조원 수준인 국내 시장규모도 2015년 1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광주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ED 조명도시 조성사업의 추진 배경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광산업을 발굴해 2000년부터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육성해 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LED 분야가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부상했다. 2004년부터는 LED 분야에 집중해 인력과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광주는 LED와 융합해 발전할 수 있는 광·자동차·디지털가전·디자인산업 기반이 잘 조성돼 있어 LED 산업 성장 토양이 풍부하다. 아시아권에선 처음으로 ‘LED 시티’를 선언한 것은 아직 초기인 LED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기대되는 효과는.

“광주엔 현재 LED 업체 115곳이 첨단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몰려 있다. 올해 매출액은 3840억원(전국의 22%)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이 자꾸 생겨나면서 LED 기업들이 광주로 몰려 4~5년 내 200곳으로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적인 빛의 도시로 이미지를 강화해 문화관광산업도 키워나갈 것이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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