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중국.러시아 3각관계 복원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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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때 소원했던 북한과 러시아.중국이 본격적인 관계개선에 나서고 있다.냉전시대 「피를 나눈」북방 삼각관계가 다시 복원되고 있는 것이다.북한이 최근 두나라에 고위관리를 잇따라 보내 추파를 던지고 있고 중국.러시아 모두 이에 화답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북한의 적극적인 외교와 ▶중국의 대(對)한반도 영향력 확대▶러시아의 한국일변도 외교정책에 대한 반성 등 양국의 내부사정과 맞물려 있다.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25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공조를 통한 미국견제에 의견일치를 보인 바 있다.
미.일간 신안보공동선언에 북방 삼각관계 공고화로 맞서나가겠다는 양국의 전략적 고려가 한반도주변에 새 기류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당.정 고위간부들을 중국에 파견,김일성(金日成)사망후 중단돼온 양국 고위급간의 쌍무접촉을 재개하기로 합의하는등 관계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성남(洪成南.72)정무원 대외경제담당 부총리는 리펑(李鵬)총리와 리란칭(李嵐淸)국무원 부총리등 중국측 고위인사와 면담을갖고 정치.경제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洪부총리는 또 곡물2만을 지원받기로 하는등 대북(對北) 원조 약 속도 받아냈다.
그는 김일성사망후 중국을 방문한 북한 최고위 관리다.김관희 출판총국 부총국장도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리톄잉(李鐵映)중국 공산당정치국위원과 회동을 가졌으며 북한노동당 이론잡지 『근로자』책임주필 양경복도 지난달 29일부 터 2주일간 방중(訪中),중국 고위인사들을 잇따라 접촉했다.
러시아도 한국일변도의 대한반도 정책에 수정을 가하고 있다.그결정적 계기는 북한에 제공될 경수로가 자국형이 아닌 한국형으로결정되면서부터였다.게다가 한.미 양국이 러시아를 배제한 한반도평화 4자회담을 제의하면서 러시아의 대북접근은 가속화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이미 지난달 13일 모스크바에서 알렉산드로파노프 외무차관과 이인규 북한외교부 부부장을 수석대표로 한 고위 정무협의를 열어 관계개선을 모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학술세미나 참석차 방한(訪韓)한 바 있는 발레리 데니소프 외무부 아주국 제1부국장은 프라우다지 기고를 통해 공개적으로 러시아의 대한반도 외교정책을 비판해왔다.특히 데니소프 부국장이 금명간 북한대사로 부임할 예정이어서 북.러 관계개선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북.중.러 3국의 새로운 관계정립은 한국외교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중국과 러시아 모두 한반도문제 결정에 상당한 견제를 가할 수 있는 강대국이기때문이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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