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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용천역 폭발 참사] 인구 밀집지역 '화재 후폭풍' 덮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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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용천군 용천역 열차 사고는 왜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까.

피해 규모가 커진 것은 폭발 지점이 용천군의 인구 밀집 지역과 붙어 있기 때문이다. 정보 당국이 사고 직후 확보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폭발 장소는 용천역에서 철로를 따라 남쪽으로 떨어져 있다.

폭발 지점과 용천역 동쪽 일대는 아파트를 비롯한 주택과 공장, 학교, 군 보위부 등 관계기관이 몰려 있다. 모두 역에서 반경 700~800m 이내다. 사고 이전 해외 민간 위성사진 촬영 업체가 찍은 용천역 주변은 작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그러나 사고 직후 당국이 확보한 정찰위성 사진에서는 용천역 동쪽으로 반경 160여m 일대가 완전히 폐허가 됐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원래의 건물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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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물질이 질산암모늄인 점도 피해를 증폭시켰다. 정보 당국자는 "질산암모늄을 실은 기차는 중간이 완전히 날아갔다"며 "폭발로 인근 주거.공장 지역이 무너지고 화재까지 발생해 큰 피해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질산암모늄은 공기 중에선 안전한데 고온에서 또는 가연성 물질과 섞이면 폭발한다.

정보 당국은 대형 화재가 피해를 확대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정보 당국에 따르면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10여시간 지난 23일 오후까지도 현장 일대에선 시커먼 연기가 나고 있었다.

군 폭파 전문가들에 따르면 폭약에 의한 폭발사고 때는 건물 안에 있으면 직접적인 신체 피해가 줄어든다. 반면 폭발 이후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산소 고갈과 유독 가스의 대량 발생으로 질식사 등 인명 피해가 더 늘어난다.

그래서 정보 당국 내부에서는 용천역 사고가 1977년 이리역 열차 폭발 사고를 능가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는 58명이 사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리역 사고는 폭발 순간의 충격에 의한 피해였지만 용천역 사고는 폭발과 뒤이은 대형 화재가 인명 피해를 더 늘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구호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부상자 중에서도 사망자가 속출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동시에 이번 사고는 북한의 물동량 동맥인 신의주~평양 철도 운행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이 노선은 중국 단둥~평양 간 식량.연료의 핵심 수송망이다. 도로망이 엉망인 북한의 상황에서 신의주~평양 간 운행 중단은 가뜩이나 어려운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고가 인명.재산 피해로만 그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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