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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구멍 뚫린 민방공태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우리의 민방공태세에 적신호가 울렸다.북한 미그기가 수원에 귀순할 때까지 적기의 출현을 알리는 경보가 서울에는 울리지 않았다.경기지역에는 경보는 울렸으나 시설과 장비의 미비로 주민들이듣지 못한 경우가 많았으며,사이렌을 들었다 해도 평소 훈련대로대피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가 뒤따르지 못했다.
벌써 25년째 민방위훈련을 하고 있는 우리로선 이런 허술함에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그동안 이웅평대위의 귀순등 몇차례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응체제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번처럼 경보조차 울리지 않은 경우는 없었 다.또 당연히 뒤따라야 할 대피방송 등이 제대로 안됐다는 점에서도 민방공경보체제에 전반적인 문제가 있음을 지적치 않을 수 없다.어떻게 이런 구멍이 뚫리게 됐느냐에 대해 당국이 철저히 조사해 대비해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가 특히 걱정하는 것은 이번 사고가 안보의식의 해이,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이라는 사회분위기 결과가 아니냐는 점이다.경보담당 관계자가 자동경보장치를 아예 꺼놓고 있었고,컴퓨터나 전화전달도 받지 않고 있다가 상황이 끝난뒤 알았다니 그 기강의 해이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우리는 이를 전체 공직자의 문제로 확대시키고 싶지는 않다.그러나 우리는 최근 네번씩 놓치는 납치강도사건,끊이지 않는세도(稅盜)등 공직사회의 전반적인 해이와 복지부동(伏地不動)을우려치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번 사고가 북한의 연이은 비무장지대 도발시점에서 일어났다는 점에 유의치 않을 수 없다.그날도 북한함정들이 북방한계선을 침범했다.사실 우리와의 격차에 초조한 북한이 자포자기로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우리는 『쌀도 없어굶고 있다는 북한이 무슨 일을 저지르랴』는 안보불감증에 걸려 있는 면이 없지 않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민방공체제의 재정비,실제로 유용한 민방위교육으로 보완과 함께 우리의 안보의식을 재다짐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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