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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자랑스런 일등병 아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우리 아들 현덕은 비무장지대 철책으로 막아놓은 곳,최전방에서복무중인 5사단 소속 일등병이다.신병교육을 마치고 배치받은 후곧바로 최전방으로 이동되는 바람에 군에서 발급되는 초청장없이는면회할 수 없는 처지였다.드디어 5월11일.
면회오라는 초청장을 받고 설레는 마음을 진정하며 아이가 좋아하는 초콜릿.과자.과일을 사고 쇠고기를 재놓았다.오전 5시.우리 부부는 동녘하늘이 부옇게 밝아올 무렵 시원한 공기를 가르며북으로 북으로 달렸다.
의정부.동두천을 지나 한탄강을 건넌후 집결장소에 도착하니 군용트럭들이 대기하고 있었다.우리는 군용트럭에 옮겨타고 더 북쪽으로 달렸다.마침내 저쪽 산등성이에서 달음박질하며 뛰어내려오는군인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맨 앞에서 힘차게 뛰어내려오는 군인이 우리 아들 현덕이었다.
꿈에 그리던 아들은 정말 몰라보게 변해 있었다.지난해 11월14일 체중이 겨우 45㎏ 남짓되는 아이에게 입영통지서가 왔을때 얼마나 놀라고 당황했던가.
아이가 입대한지 6개월.그사이 아이는 건장하고 늠름한 국군 일등병으로 거듭나 아버지.어머니 앞에 나타난 것이다.정성들여 해가지고 간 밥.고기.과일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입대전에는 편식이 심한데다 밥은 한공기 정도밖에 먹지않던 모습은 간데없고 쓰고 단것을 탓하지 않는 아이 모습에 우리 부부는 감격했다.제한된 시간이 지나 다시 군용트럭에 오를 때는 제법 세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비맞지 말고 들어 가라』는 우리 부부의 말에 『비가 오면 대수인가요』하며 동료군인들과 일렬종대로 늘어서 지축이 울리도록 우렁차게 『충성』을 외치며 믿음직스럽게 거수경례하는 아들은 분명 새로 태어난 것처럼 보였다.
아이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빗물과 같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며 나는 달리는 트럭위에서 소리없이 외쳤다.
「현덕아,너의 군입대는 축복이다.국토의 최전방에서 국가와 민족을 지키는 네가 정말 장하고 고맙구나.철망.하늘.산만 보이는곳이지만 다시 만날 때까지 잘있거라.」 최옥자 경기도부천시원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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