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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의 마음 엿보기] 올림픽에서도 읽히는 권력 콤플렉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6호 16면

깡패들은 서로 싸울 때 보통 두 가지 수를 쓴다. 가장 힘센 놈끼리 붙거나, 반대로 가장 약한 놈을 집중 공략해 상대의 기를 제압한다. 전자가 오케이 목장의 존 웨인처럼 폼은 나지만 완전히 망할 수도 있기에, 대개 치사하지만 크게 잃을 바 없는 후자를 택한다. 러시아와 그루지야, 미국과 이라크, 중국과 티베트의 분쟁을 보면, 영역 싸움의 신호탄으로 ‘조무래기’부터 건드리는 건달들의 싸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그럴듯한 정치적 수사를 써도, 조폭들이나 신(新)제국주의시대를 주도하는 정치인들이나 권력 콤플렉스(Power complex)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권력 콤플렉스는 인간 정신의 한 특성인 에로스(다른 사람과의 관계성)를 방해하는 콤플렉스다. 다른 사람을 지배해서 내 소유물로 만들기 위해 그 어떤 폭력적인 방법도 불사한다. 부부나 애인, 친구, 스승과 제자 등 어떤 관계에서도 권력 콤플렉스가 장난을 치면, 사랑과 관심은 간 곳이 없고 오로지 지배와 피지배의 권력 다툼만 있을 뿐이다. 부부가 신혼 초에 기선을 제압하려 한다든가, 한 번 불공평하게 맺어진 친구 관계가 깨질 때까지 그 패턴을 유지하는 데에는 권력 콤플렉스가 큰 역할을 한다. 개인의 관계가 그럴진대, 각종 무기를 갖고 있는 국가와 국가의 싸움은 오죽하겠는가.

권력 콤플렉스는 불황을 타개하고 만들어진 무기들을 소비한다는 현실적 이유와 짝이 되어 계속 전쟁을 일으킨다. 만의 하나 슬쩍 찔끔 퇴군을 해도 병 주고 약 주는 재건 지원이란 명목으로 돈도 벌 수 있는 작은 나라는 손쉽게 희생양이 된다. 깡패 싸움에도 ‘의리’와 ‘체면’ 같은 포장이 필요하듯, 나라끼리도 명분과 권력 콤플렉스는 자기 합리화란 방어 기제를 쓴다. “그루지야는 소수민족을 탄압했다”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다” “티베트는 중화민국의 통일을 방해했다” 하는 식이다. 그렇다고 강대국들의 행동을 대놓고 비난하면서 반대편에 서서 비참하게 자폭하는 돈키호테가 될 수는 없을 터. 밤중에 불 밝히고 몰려다니면서 소리만 지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상대가 너무 힘이 세고 권력 콤플렉스가 강고하면, 논리적이고 평화적인 접근이 잘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올림픽 메달의 쏠림 현상처럼, 강대국을 중심으로 냉혹하게 돌아가는 시대다. 어린아이에게 립싱크를 시키고, 한족에게 소수민족의 옷을 입힌 호화스러운 개막 쇼는 중국의 비도덕적인 행동을 덮고 이익만 챙기는 강대국 거래의 상징이 아닐까. 자본주의국가보다 더 노골적으로 자본주의적이 된 중국이나 러시아·미국·일본 같은 선진국이 표방하는 세계화 속에 숨겨진 약육강식의 법칙과 그들의 콤플렉스, 그리고 우리 자신의 파워 콤플렉스에 대해 한 번쯤 돌아봐야 할 때다. 어중간한 한국은, 과연 이 지구란 정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상대보다 항상 잘나야 하고, 내 맘대로 남을 조종하려는 파워 콤플렉스는 저 죽는 것 모르는 채 약자에겐 잔인하고, 권력 앞엔 눈멀게 만든다. 조개에 부리를 처박고는, 말라 죽으면 잡아먹으려던 황새는 어부에게 잡혀가면서도 ‘조개보다는 그래도 내가 힘이 세다’고 자위하며 죽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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