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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홀릭의 지리산 기행 ② 달빛이 이끈 마을을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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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그 끝자락에 펼쳐져 있는 전북 남원시에는 달오름 마을이 있다. 지리산길 안내센터와 가까운 곳에 있으므로 지리산 둘레길을 찾아온 방문객들이라면 누구나 거쳐 가는 마을이다. ‘농촌전통테마 마을’로 지정되어 여행을 하는 학생들과 가족단위 손님들에게 더욱 큰 즐거움을 안겨주는 곳. 주말을 이용해 훌쩍 다녀와도 좋을 곳이다.

달빛이 아름다운 남원의 명소

남원 달오름 마을은 우선 지형이 아름답다. 마치 신비롭게 펼쳐진 거미줄의 형상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지주설망 (蜘宙設網)’. 명당 중의 명당이요 수려한 지맥인지라 붙여진 이름이다. 이 특별한 마을은 그 위치가 동쪽을 향하고 있다 하여 ‘양지터’로 부르기도 하는데 그 덕분에 해와 달이 뜨고 지며 남기는 풍경이 눈에 띄게 아름답다.

마을 대대로 전해지는 설화가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려면 이성계가 황산에서 활약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왜군과 싸우던 이성계가 너무 어두운 밤이라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상황 속에서 무릎을 꿇고 하늘을 우러르며 기도했다.
‘이 나라 백성을 굽어 살피신다면 지금 우리 앞에 달빛을 내려 주소서!’
그러자 분명 그믐밤인데도 불구하고 어디에선가 보름달이 둥실 떠올라 그 달빛이 적군들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렇게 남원의 보름달이 황산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는 것이 이 마을의 대표적인 설화다. 그 당시 이성계가 하늘의 달빛을 땅으로 끌어냈다고 해서 이곳의 지명이 인월 (引月)이 되었는데 이후 달오름 마을로 바뀌었다.

마을은 구인월과 월평마을로 나뉜다. 반달 모양의 월평 마을은 마을 터가 모두 동쪽을 향하고 있어 그 어떤 곳보다도 달빛을 듬뿍 받는다. 그리고 마을 서쪽에는 구인월이 있다. 구인월의 덕두봉은 꽤 가파르다. 하지만 이곳은 남천의 보와 옥계댐의 풍부한 수원으로 농사를 짓기에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다. 마을 남쪽으로는 덕두봉의 지맥이 흘러내려와 거미줄 모양의 지형을 북돋고 있다. 그리고 마을 앞에는 아름답고 풍성한 숲이 보인다.

마을에 들어서서 달오름 마을의 기체조를 배우고 싶다면 ‘지리산명상문화원’을 권한다. 신선한 차를 마실 수 있고 지리산 자락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을 여과 없이 들이킬 수 있는 곳이다.

그보다 좀 더 쾌활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흥부골 휴양림’으로 향하자. 흥부전을 테마로 꾸며진 이곳에서는 지리산 골짜기에서만 즐길 수 있는 송림욕 특혜가 있다. 또한 달떡 만들기나 전통주 담기와 같은 토속문화 프로그램도 마련 돼 있어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에게 인기 있다.

설화에 등장하는 ‘피바위’도 놓치지 말자. 황산대첩 때 이성계가 왜장을 단 한 번의 활로 죽였다는 장소다. 바위 위에는 당시의 피가 흘러 그대로 남아있는 듯 붉은 자국이 선명해 사람들은 왜장의 핏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마을에서는 이 같은 옛 선조들의 얼과 투지를 기리는 뜻에서 투호 던지기와 같은 전통놀이 체험의 장도 준비해놓았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지리산 트레일 코스를 시작하며 들르겠지만 여의치 않는다면 주말에 가족과 함께 훌쩍 다녀오기 좋은 마을이다. 특히 어린아이를 동반하는 가족이라면 떠나기 전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체험 프로그램 일정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달오름 마을 홈페이지 http://dalorum.go2vil.org/

사진/ 장정순, 달오름 마을

장치선 객원기자 charity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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