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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자본주의의 미래""팝 인터내셔널리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만성적인 무역적자.경영합리화 등의 여파로 현재 미국의 실업자는 5백여만명이다.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일자리를 놓고 「밥그릇」싸움이 치열하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남자근로자와 여자근로자,백인과 소수계,여자근로자와 소수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서로 반목을 벌이는 실정이다. 이번에는 미국의 최고 경제학자들이 저서를 통해 실업.
소득불균형심화 등 미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 배경을 놓고 격돌,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의 무역전쟁』『제로섬 사회』 등의 베스트 셀러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레스터 서로 MIT대교수가 최근 펴낸 『자본주의의미래』와 폴 크루그먼 스탠퍼드대 교수의 『팝 인터내셔널리즘』이화제의 책.서로의 『자본주의의 미래』는 미국경 제 여러 문제의근원을 국제무역에서 찾고 있는 반면 크루그먼의 『팝 인터내셔널리즘』은 미국 경제전문가들과 정부의 그릇된 정책 때문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서로의 시각에는 현재 서구 각국의 정책입안자.경영인.경제학자들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적자생존」이론이 미국 경제 악화의주범으로 비친다.당연히 일본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일본의 중상주의적 경제정책 때문에 세계 각국이 자유무역의 혜택을 누릴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크루그먼에게는 「통속적인 국제주의」에 지나지 않는다.미국 경제의 바닥에 깔린 경제현실을 정확히 꿰뚫지못한 채 단순히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대중의 심리에 영합하려는 처사라는 비난이다.
크루그먼도 미국의 경제성장 둔화와 소득 불균형의 심화가 현실이라는데는 서로와 뜻을 같이한다.
그러나 그런 현상이 일본이나 국제무역과는 거의 관계가 없고 오히려 미국 소비자들의 낭비와 급격한 기술변화에 따른 것이라는입장이다.
『서로 등 일부 베스트셀러 경제학자들에 의해 오도된 대중들의경제관을 바로잡겠다』는 의도로 쓰여졌다는 크루그먼의 책은 그래서 서술이 비교적 쉽다.
크루그먼은 서로와 폴 케네디 등에 대해 『통찰력은 지녔지만 세계 경제의 기본 현실과 경제원칙을 모르는 인물』이라고 혹평한다. 그러나 자극적이고 선동적이어야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지 인기면에서는 역시 서로의 『자본주의의 미래』가 앞서고 있다.
국내 독자들한테도 크루그먼보다 서로가 더 널리 알려져 있지만세계 경제학계에서는 40대인 크루그먼의 주장이 더 높이 평가받고 있다.
크루그먼은 지난해 멕시코경제가 위기에 처하기 2년전에 이미 그것을 정확히 경고하기도 했다.『팝 인터내셔널리즘』은 2백20여쪽의 비교적 얇은 부피인데도 기업경쟁력의 중요성,자유무역이 모든 나라에 골고루 유리하게 작용하는 이치,세계화 라는 개념의진정한 의미,한국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국의 성공비결 등이 쉽게 설명된다.
현재 미국에서 논란을 부르고 있는 부분,즉 미국의 일자리가 저임금 국가로 빠져나간다는 부분도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크루그먼은 독자들에게 미국정부의 각종 통계를 현명하게 해석할것을 권하고 있다.미국이 저임금 국가들로부터 수입하는 규모를 먼저 파악하고 그만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미국 근로자수,또 저임금국으로 투자가 옮아감에 따라 미국내 제 조업에서 서비스산업으로 내몰린 근로자들의 임금 손실을 추산하면 그에 대한 대책도 분명해진다고 한다.
크루그먼은 미국근로자들의 임금하락 효과를 미국국민수입의 0.
07%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크루그먼은 국제경제를 국가간의 「윈-루스」경쟁으로 보지 않는다.예컨대 일본인들이 컴퓨터 스크린을,한국이 의류를 더욱 싼값에 고품질로 생산할 수 있다면 미국소비자들도 그런 기술혁신에 따른 과실을 즐긴다고 한다.
그렇다고 미국의 일자리가 결코 일본이나 한국으로 옮겨가지 않으며 미국경제의 전체 고용은 결국 금융정책 등 정부의 경제정책에 좌우된다고 설명한다.
『미국경제는 90%가 국내경제고 무역은 10%에 지나지 않는다.다시 말해 경제구조는 1세기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무역은 각 나라가 자국에 가장 유익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특화하도록한다.그 결과 각국 주민들의 생활수준은 대체적으 로 향상되게 된다.그 때문에 무역은 「윈-루스」가 아니라 「윈-윈」개념으로파악해야 한다.문제의 핵심은 이런 과실을 어떻게 균등하게 분배하는냐에 있다.』 크루그먼의 이론은 2백년전 영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도가 주장한 내용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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