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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친 중국의 힘? 과학훈련으로 ‘운동머신’ 양성 … 금 따면 돈방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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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무엇보다 기쁩니다. 베이징 올림픽 때 중국은 전 종목 출전과 역대 최다 메달 획득이 목표입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폐막식 날 중국 선수단의 허후이샨 여성 부단장은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이렇게 말했다. 아테네에서 중국은 금메달 32개를 따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메달 순위 종합 2위에 올랐다. 1위 미국(금 36개)과는 불과 금 4개 차이였다. 그리고 홈에서 열리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미국을 추월해 종합 1위를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내세웠다.

이 같은 ‘종합 1위’라는 중국의 야심은 이제 현실이 됐다. 베이징 올림픽 폐막을 사흘 앞둔 21일 오후 6시 현재 중국은 금 45, 은 15, 동 21개로 미국(금 27, 은 28, 동 28개)에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중국은 메달 밭인 체조에서 금메달 9개를 쓸어 담았다. 역도에서는 남녀 출전 선수 9명 중 리훙리(남자 77㎏급)만 사재혁에게 1위를 내줬을 뿐 8명이 금메달을 따냈다. 다이빙에서는 궈징징의 2개를 포함해 6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사격(금 5개)·유도(금 3개)·배드민턴(금 3개)에서도 선전했고, 조정·요트·수영 등 15개 종목에서 고루 금메달을 따냈다. 다만 유일한 육상 금메달 후보였던 류샹의 기권으로 육상에서 노 골드에 그친 것이 옥에 티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마이클 펠프스가 전인미답의 8관왕을 달성하는 등 수영에서만 12개의 금메달을 몰아갔지만 기대했던 육상(금 3개)에서 금맥이 터지지 않아 추격할 힘을 잃었다. 금 밭이었던 육상 단거리에서 자메이카 돌풍에 밀렸고, 중국과 팽팽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던 체조에서도 2개를 따는 데 그쳤다. 미국 언론은 “심판이 점수를 매기는 체조·다이빙 등에서 중국이 판정의 덕을 많이 봤다”며 중국의 홈 텃세를 성토했고 “메달 총 개수에서는 아직 우리가 1위”라며 자존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중국의 종합 1위 등극은 ‘과학’과 ‘돈’이 뒷받침됐다. 중국은 모든 종목에 걸쳐 전국에서 유망주를 모아 어릴 때부터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운동 기계’를 양성한다. 그 과정에서 ‘아동 학대’ 논란이 제기되기도 한다. 중국의 이런 모습은 과거 동독이나 소련의 국가스포츠주의를 연상시킨다.

중국에는 체육행정 전반을 관장하는 ‘국가체육총국’이 있으며, 산하에는 12개의 국(局)이 있다. 그중 ‘엘리트 스포츠국(競技體育局)’에서 엘리트 스포츠 업무를 총괄한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과학적인 훈련을 지원하기 위한 ‘체육과학연구소’가 별도로 있다. 이곳에는 150여 명의 연구 인력과 9개의 영역별 실험실이 있으며 45개국의 엘리트 스포츠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중국은 또 16개 체육대학에 교수진이 전문 영역별로 과학적인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올림픽에서 선수가 입상하면 지도자는 물론 과학적인 훈련을 지원한 학자에게도 선수와 똑같은 액수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베이징=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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