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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수도권 인구유발시설 억제책-더 강화돼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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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처럼 수도권 문제가 심각한 나라는 없다.우리나라는 수도권문제가 심화될 수 있는 악조건을 고루 갖춰서 더욱 걱정스럽다.
수도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일본의 도쿄(東京)권보다 집중도가 높다.수도권 집중의 속도도 급속히 이뤄졌다.기반시설을 공급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지가(地價)도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올라기반시설용지의 공급도 어렵다.
60년대 이래 지속된 수도권 정책은 84년에 수도권 정비계획의 추진으로 본격화됐다.그후 국제화와 지방자치제실시 등의 여건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94년 정책전환이 이뤄졌다.
과거의 규제일변도 시책을 지양하고 수도권에 필요한 국제.첨단정보.고급업무시설 등의 육성이 가능토록 했다.시설이전이나 행정규제등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규제를 축소하고 총량관리나 과밀부담금 부과등 간접적이고 경제적인 정책수단을 도입했다 .
서울에 집중된 시설을 외곽으로 분산해 수도권 문제의 완화도 시도하고 있다.수도기능 수행능력을 높이고 수도권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새로운 수도권 정책의 기본방향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수도권 집중은 억제돼야 할 것이다.수도권은정치.행정.사회.문화등 모든 분야의 중심지다.경제활동여건이 양호해 입지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다.그러나 이들 시설이 서울에만입지해 생기는 피해는 적지 않다.서울시민은 수 도권 문제 때문에 불쾌하다.지방주민은 지역격차와 낙후(落後)문제 때문에 불만을 토로한다.제조업체는 물류(物流)비용 증가를 원망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의 강화를 위해 수도권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수도권에 대기업 공장이나 대학의 신설을 허용하자는 주장이다.중소기업은 영세기업의 인큐베이터라는 수도권이 아니면 생존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시설여건 구비능력이 뛰어난 대기업 공장은 지방에서도 적응하기 쉬운 자생력(自生力)을 갖추고 있다.
또한 대기업은 중소기업 공장보다 수도권 집중에 미치는 영향이더욱 크다.하청(下請)기업과 서비스시설등 부수시설의 추가입지가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대학이나 공공기관은 분산되는 반면에 공업시설의 집중은 오히려심화되고 있다.수도권 제조업체의 전국 비중은 70년 28%에서85년 54%,93년에는 56%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공장규제가 계속 완화됐기 때문이다.
공장규제범위가 종업원 10인 이상 또는 공장면적 1백평방이상에서 현재는 2백평방의 면적기준만 남아 있다.첨단제조업체도 57%가 수도권에 집중해 있다.이들 업체는 지방에서도 애타게 기다리는 업종이다.
수도권의 지나친 입지 규제완화는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경쟁력을오히려 저하시키게 된다.수도권 문제가 심화되면 물류비용이 증가하고,국민은 건강을 해치게 되며,복구하기 어려운 환경파괴도 수반된다.눈앞에 당장의 경쟁력이 강화될지는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양약(良藥)은 입에 쓰다.마약주사의 효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그러나 국가건강을 해치는 활동의규제는 더욱 강화돼야 할 것이다.
박상우 국토개발硏 지역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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