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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병 수돗물’ 생수시장 넘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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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대전 시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는 대전시 대덕구 송촌정수사업소. 13일 정수장 내 공장(224㎡)에선 직원들이 페트병에 수돗물을 담는 작업이 한창이다. 기계가 자동으로 병을 씻고 물을 담은 뒤 포장까지 마치면 ‘잇츠(It’s)수’라는 대전 고유 브랜드의 페트병 수돗물이 만들어진다. 세 시간마다 350mL들이 작은 페트병 1만 개가 생산된다.

대전시가 송촌·월평·회덕·신탄진 등 네 곳의 정수장에서 생산하는 수돗물은 하루 135만t. 하지만 150만 대전 시민이 쓰는 물은 하루 60만~65만t이어서 70만~75만t의 물이 남아돈다. 대전시는 남는 물을 활용하기 위해 고심하다 2005년 송촌정수장의 남는 땅을 활용해 페트병 수돗물 공장을 지었다. 이후 각종 행사나 체육대회에서 페트병 수돗물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대전의 ‘잇츠수’를 비롯, 서울의 ‘아리수’, 부산의 ‘순수’, 대구의 ‘달구벌 맑은물’, 인천의 ‘미추홀 참물’, 광주의 ‘빛여울 수’. 내년 초 페트병 수돗물 시판을 앞두고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수돗물 상품화를 위해 개발한 브랜드다. 이들은 페트병 수돗물이 일반 생수에 비해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맛이나 질에서도 뒤지지 않다며 일반 생수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페트병 수돗물, 내년 초 허용=환경부는 5월 초 지자체 등 상수도 사업자에 한해 수돗물을 병이나 용기에 담아 팔 수 있다는 내용의 수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병입 수돗물 판매 허용’이란 대선 공약에 따른 것이다. 현재는 수돗물을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환경부는 “병입 수돗물은 정수장에서 생산한 수돗물을 페트병 등에 바로 담아 판매하기 때문에 낡은 급수관으로 인한 문제가 없이 안전하게 마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질에선 일반 생수에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초 환경부는 10월부터 페트병 수돗물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었으나 입법 절차가 늦어져 내년 초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환경부는 다음달 정기국회에 수도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울산을 제외한 6개 특별·광역시는 이미 공장과 생산설비를 갖추고 국회에서 수도법이 개정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는 2001년부터 강북정수센터에서 페트병 수돗물을 생산하고 있다. 생산 능력은 연간 1000만 병(500mL 기준), 지난해 생산량은 320만 병에 달한다. 현재 청와대·국무회의·국회 등 주요 기관과 각종 행사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대전에선 지난해 전국에서 둘째로 많은 82만 병을 생산했다. 대전시가 연간 최대 생산할 수 있는 양은 730만 병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10월 연간 1000만 병(500mL 기준)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페트병 수돗물 생산을 시작했다.

◇일반 생수에 도전=소비자들은 내년 초부터 가게에서 페트병 수돗물과 일반 생수 중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다. 따라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샘물시장의 규모는 연간 2600억원. 100여 개 생수 판매 업체 중 제주개발공사와 농심의 ‘제주삼다수’가 1위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페트병 수돗물이 등장하면 시장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자체들은 500mL 기준으로 일반 생수의 절반 수준인 200~250원에서 가격을 결정할 계획이다. 특히 각종 행사나 회의에서 생수를 대량으로 소비하는 대기업과 공공기관·단체 등이 페트병 수돗물을 많이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해외 시장 개척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베이징올림픽 자원봉사자와 한국 응원단에 10만 병(500mL)을 지원했다. 중국 수출 가능성을 내다본 포석이다. 박성효 대전시장은 “대전은 대청호를 원수로 사용해 에비앙(프랑스 생수)보다 좋은 물이 있다”며 “중국· 아랍 등 물 부족 국가들에 ‘잇츠수’를 선보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주정완·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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