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찾아가는 입학사정관 … 40개 대학서 도입 ‘새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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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올해 대입부터 입학사정관제도가 본격 도입되면서 내신 및 수능 성적으로 줄 세우는 기존 선발 방식이 파괴되고 있다. 입학사정관들은 성적 자료 대신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보고 신입생을 뽑는다. 사정관들은 기업체 입사시험처럼 1박2일 합숙 평가, 면접은 물론 외국 대학과 화상 회의도 연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우수 학생을 뽑기 위한 것이다. 이런 입학사정관제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입학사정관제 정착을 위해 총 40개 대에 대학별로 1억5000만원에서 최대 9억원까지 총 158억원을 지원한다고 20일 발표했다.

◇학생을 찾아가는 입학사정관=입학사정관의 신분은 각 대학의 비밀 사항에 속한다. 주로 입학과 관련된 업무 경험이 있거나 통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서울대에서는 연구원 10명, 전문위원 2명, 전형위원(교수) 24명 등 총 34명이 입학사정관 일을 하고 있다. 사정관들은 전국 고교를 방문해 학생의 환경을 점검하고 적절한 평가 기준을 만든다. 서울대는 특히 지난 5~7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코넬대 도리스 데이비스 입학처장에게 컨설팅을 맡겼다. 학생 선발 조직과 프로그램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서다. 데이비스 입학처장은 컨설팅 과정에서 “우수 학생은 앉아서 뽑는 게 아니라 직접 찾아가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는 비상임(교내 교수)과 상임 사정관을 두고 있다. 행정학 박사 출신의 한 상임 사정관은 “우수한 학생들을 기다리지 않고 찾아간다”며 “신문 기사에 난 우수 학생들의 정보도 빠짐없이 모은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지난해 9월과 올해 4월에 석사급 입학사정관 3명을 뽑은 데 이어 최근 박사급 입학사정관 한 명을 추가로 선발했다. 입학 전문가 한 명을 더해 총 5명으로 구성된 입학사정관팀을 꾸렸다. 이들이 20명의 학생을 뽑게 된다. 올 수시 2학기 모집(정원 내 전형)에서 입학사정관 전형(효원인재전형)을 실시하는 부산대는 퇴임 교수나 외국인을 입학사정관으로 충원할 계획이다.

◇공정성이 관건=현재까지 각 대학이 채용한 전임 입학사정관은 41명(10개 대학)이다. 교과부는 내년 이후 전임 입학사정관이 200여 명,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한 학생 선발 인원이 최소 3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학들은 입학사정관제 확대로 공정성 논란이 일 것을 걱정한다. 수능이나 학생부 성적처럼 객관적인 수치를 근거로 한 선발이 아니기 때문이다. 건국대 문흥안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들이 3~4차례에 걸쳐 학생을 관찰할 수 있어 성적이 아닌 잠재력 등 다양한 면을 고려할 수 있다”며 “자칫 주관적이라는 반발을 살 수 있는 만큼 공정성을 기하는 게 보완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강홍준·강인식 기자

◇입학사정관(Admissions Officer)=대학 입시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 수험생의 학업성취도와 특기, 잠재력, 성장 환경 등을 종합 분석해 각 대학의 교육 목적에 맞는 학생을 선발하는 역할을 한다. 미국 대학들은 대부분 입학사정관 제도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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