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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로열 앨버트홀 때아닌 유령 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영국이 낳은 뮤지컬의 귀재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여러 작품중에는 『오페라의 유령』(Phantom of the Opera)이라는 게 있다.
추악한 용모 때문에 오페라극장밑에 숨어 살아야 하는 가짜 유령의 슬픈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 영국 최고의 콘서트홀중 하나인 「로열 앨버트홀」에서 때아닌 진짜 유령소동이 일어나 화제가 되고 있다.로열 앨버트홀에 머리를 풀어헤친 여자유령 두명이 밤마다 출몰한다는 것이다. 19세기 빅토리아시대 복장 차림의 이들 유령은 용모로 미루어 당시 창녀들 같다는 게 목격자들의 증언.이들은 괴기한 웃음소리를 내며 갑자기 출현,야근중인 직원들을 여러번 경악시켰다. 이곳에 유령들이 나타난다는 소문은 1930년대부터 계속돼왔으나 최근들어 갑자기 목격자가 늘어났다.
유령이 특히 자주 출몰한다는 곳은 과거 템스강의 지류가 흘렀으나 현재는 복개가 된 음악당내 지점이다.따라서 일부에서는 억울하게 살해된 뒤 강속에 버려진 두 혼백이 계속 나타나는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1백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로열 앨버트홀」은 「바비컨센터」「오페라하우스」등과 더불어 영국의 대표적 공연장이다.
그럼에도 유령소동으로 직원들이 야근을 꺼리는등 부작용이 심해지자 결국 지난달 29일 「엑소시스트」,즉 심령술사를 동원해 유령찾기에 나섰던 것이다.
앤드루 그린이라는 이 심령술사는 고성능 음파탐지기.나침반.녹음기.야간조준경등으로 무장,밤새 유령을 찾아 음악당내를 샅샅이뒤졌다. 유령이라면 어느 민족보다 심취해있는 영국인들의 호기심탓에 이날 수색작업은 전 매스콤의 초점이 돼 방송및 신문사 기자 10여명이 동참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날만은 유령이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심령술사 그린은 유령이 자주 출몰하는 지점의 온도가갑자기 상승하는 이상현상이 나타난 적이 있었다고 주장,이 유령소동은 한동안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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