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벙어리 영어교육 언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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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 학생들의 토플(TOEFL)성적이 아직도 세계 각국 가운데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건 실망스러운 일이다.국내 토플대행기관인 한-미교육위원단의 자료에 따르면 93년7월부터 95년6월까지 실시된 토플에서 한국 응시생들은 세 계 1백82개국 가운데 1백36위를 차지했다고 한다.특히 듣기.문법.독해(讀解)등 토플 3개 영역 가운데 듣기성적은 가장 낮아 1백62위를 차지했다.
이는 아직도 우리 영어교육이 독해위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그동안 6~10년이나 영어교육을 받고도 대부분이 벙어리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많은 논란과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개선된 것이 별로 없음을 보 여주는 것이다. 우리의 영어교육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미국인이 한국어를 놀랍도록 잘 한다 싶어서 언제 어디서 한국어를 배웠느냐고 물으면우리나라에 있는 한국어 어학당에서 고작 2~3년 배웠다는 답변을 곧잘 듣는다.한국어와 영어는 서로 체계가 전혀 다른 언어다.우리가 영어를 배우기 어려운만큼 미국인도 우리 말을 배우기 어려울 것이다.그런데 미국인은 2~3년안에 우리 말을 유창하게하는데 우리는 왜 6~10년을 배우고도 벙어리가 돼야 하나.
문제는 영어를 가르치는 방법이 잘못된데 있다.학문을 위해 영어를 배우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배우고 또 실용영어가 가장 쓰임새가 많다.그렇다면 좀더 과감히 영어교육을 실용영어교육으로 전환해야 마땅하다.눈으로 만 보고 읽으며 외우는 식의 교육이 아니라 직접 말하고 체험하는 식의 영어교육으로 바꿔야 교육효과를 올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 보다도 회화에 능한 교사의 확보가 급선무다.요즈음은 시청각교재가 풍부해 교사의 능력부족을 어느 정도 보완해줄 수 있다.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것은 회화에 능통한 교사 아래서 배우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외국인교사의 채용도 적극권장해야 할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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