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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업체 “LA갈비 없어서 못 팔아” 미국산, 뉴질랜드산 제치고 2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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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검역량에서 뉴질랜드산을 제치고 호주산에 이어 2위로 올라섰다. 수입업체들은 특히 LA 갈비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좋다며 수입을 늘리려 하고 있다. 6월 26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새 수입위생조건이 고시되고 50일이 지난 지금, 국내 쇠고기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18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6월 26일~8월 16일 미국산 쇠고기의 검역 통과량(잠정 집계)은 5391t으로 호주산(1만6236t)보다는 적었지만 뉴질랜드산(4686t)보다 많았다. 이 기간 미국산이 전체 수입 쇠고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미국산 쇠고기에서 등뼈가 발견돼 검역이 중단되기 직전 수준(24%)에 육박하는 것이다. 검역을 통과한 미국산 쇠고기 가운데 지금까지 약 1750t이 시중에 풀렸다. 검역 창고에 있는 나머지 3600여t은 추석 대목을 앞두고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고기 숯불갈비 전문점인 오래드림 화곡점의 김창조(58) 사장은 “호주산과 미국산을 같은 값에 파는데, 대체로 손님들이 원산지를 가리지 않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20~30대 젊은 고객들은 호주산 쇠고기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미국산 쇠고기는 값이 싼 게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등급 등심 100g당 소매 가격은 한우가 6000~7000원, 호주산은 3000~4000원 선인데, 수입업체 이네트가 파는 미국산은 1000원 선이다.

수입업체 에이미트의 박창규 대표는 “LA갈비는 물량이 없어 대리점에 주지 못한다”며 “대형 마트에서도 미국산 쇠고기를 팔기 시작하면 광우병 파동이 일기 전인 2003년 수준만큼 팔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산 쇠고기는 음식점과 일부 정육점을 통해서만 팔리며,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같은 대형 마트는 팔지 않고 있다. 한 대형 마트 관계자는 “추석 전에는 미국산 쇠고기를 팔 계획이 없다”며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판다는 것 자체를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 어느 대형 마트도 선뜻 먼저 팔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던 2003년까지는 미국산 쇠고기가 전체 수입 쇠고기의 60%를 차지했다.

미국산 쇠고기가 아직 한우 소비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 농협유통 관계자는 “서울 양재동 하나로클럽에서 최근 한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5~6% 줄었다”며 “그러나 이는 불경기 때문으로, 미국산 수입을 재개한 영향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가 다시 수입되면서 ‘광우병 걱정 없는 쇠고기’임을 강조하는 한우 전문식당도 등장했다. 강원도 횡성축협이 운영하는 서울 도봉구의 정육점 겸 식당인 횡성한우프라자 창동점이 바로 그곳이다. 정육점은 물론 식당에서 내놓는 고기에 식별번호가 있어 손님이 원하면 이를 컴퓨터에 입력해 어느 목장에서 자랐고, 언제 어디서 도축된 것인지 정보를 뽑아 준다. 이른바 ‘이력추적 서비스’다. 이 식당의 윤용훈(47) 지배인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혁주·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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