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낭송하며 스트레스 풀어-'시사랑 어머니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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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등산.낚시.한잔의 술.노래방.컴퓨터게임….사람마다 일상의 시름을 더는 방법도 제각각일 수 있다.「시사랑어머니회」((02)3670-0217,452-2068)회원인 주부들은 시를 낭송하는 일로 생활속의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사 람들이다.
『기쁠 땐 유치환 시인의 「행복」,박성룡 시인의 「풀잎」등 밝은 시를 외우면서 마음속에 번져가는 온전한 행복감을 맛보지요.반대로 슬플 땐 애잔한 시를 몇편 외우다보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걸 느끼게 됩니다.』이 모임의 중구지회장으로 두남매의 어머니인 이애진(40)씨는 시를 외우는 즐거움에 접한 이후 「기쁨은 배로,슬픔은 반으로」의 사는 법을 배우게 됐다며 주변의아는 사람마다 가입을 권한다고 자랑이 한창이다.
현재 전국 22개 지회에 걸쳐 1천여명의 주부회원이 소속된 시사랑어머니회가 탄생한 것은 93년 2월.이 회 회장인 김문중(47)씨가 매년 자녀가 다니던 학교의 어린이시낭송대회를 후원하다 「어머니들에게도 시낭송이 정서함양에 좋겠다」 는 생각에서모임을 만들었다고.어머니회를 중심으로 60명의 회원으로 출발했으나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전해지며 현재처럼 덩치가 커졌다.
이 회의 주요활동은 좋은 시를 골라 제대로 외우는 것을 배우는 일이다.회원들은 매달 「이달의 시」를 선정한뒤 지회별 모임을 통해 시인들에게서 시에 대한 강의도 듣고 낭송법도 익힌다.
이 모임의 고문인 김송희 시인은 『4월엔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이번달엔 박정만 시인의 「작은 연가」를 낭송시로 정했다』면서 기교가 아닌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으로 자연스럽게 낭송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점으로 꼽는다.
이밖에 월별로 전국을 돌면서 시낭송대회를 개최하고 지용제.가을시 음악의 축제등 각종 문학행사에 참가하는 것도 이 회의 빼놓을 수 없는 활동.
『엄마가 항상 시집을 가까이하고 싱크대나 화장실에 시를 써붙여놓고 열심히 외우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좋아합니다.남편과 대화할 수 있는 화제도 풍부해지고요.』 김회장은 요즘 한 주말연속극에서 주부가 아무때나 생각없이 시를 외워 가족들 의 핀잔을 사는 모습을 그린데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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