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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본 안방극장 사로잡은 탤런트 윤손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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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 윤손하는=백제예전 방송연예과를 졸업 후 1994년 미스 춘향선, KBS공채 16기 슈퍼탤런트에 뽑혀 연예계에 입문했다.97년 뮤지컬 ‘겨울나그네’에서 주연했고 2000년에는 가수로 데뷔 ‘비인’등 히트곡을 냈다. 드라마 ‘장녹수’‘바람은 불어도’등에 출연. 2000년 일본 NHK의 ‘다시 한번 키스’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2001년 8월부터 일본에서 머물고 있다.

“‘야마자키’‘시마자키’‘시오자키’…프로그램 사회를 보는데 출연자 이름이 햇갈려 혼났어요.”

3년전 ‘ユンソナ(윤소나)’란 이름으로 일본 연예계에 등장한 탤런트 윤손하-.

그녀가 요즘 일본 연예계를 휩쓸고 있다.드라마·영화·CF·오락 프로그램·퀴즈 프로 사회자 등.고정 출연 중인 프로그램만도 5개.모두 시청률 상위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다음달부터는 한국어 강사로 대학 강단에도 선다.그녀가 쓴 한국어 교재 『이지(Easy)한글 Ⅰ·Ⅱ』는 10여만부가 팔렸다.

얼마 전에는 매출이 연간 3조엔(약 30조원)인 중앙경마회의 CF모델로 발탁됐다. 120년 역사에 외국인 모델은 처음이라며 일본 언론이 들썩거리고 있다. 여성 연예인들이 가장 하고 싶어한다는 일본 최대 생활용품 업체인 '라이온'의 샴푸 모델로도 활동 중이다. 지난 16일 도쿄 세타가야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한마디로 씩씩해 보였다.

-지난 19일 퀴즈 프로그램 '퀘스 파이브'의 사회를 맡게 됐다. 긴장되지 않나.

"6년 전 한국에서 손범수 아나운서와 '연예가중계'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일본말로 진행하다 보니 당연히 긴장되지만 즐겁게 하려고 한다. 며칠 전 첫 녹화를 했는데 사회자인 내가 "진행 룰은 일일이 설명하지 않을 테니 알아서들 외워 오세요"라고 하자 출연진들이 박장대소했다. 퀴즈 문제를 틀린 출연자에게 애교있는 구박도 한다. 그러다 보니 다들 '윤소나는 뭔가 다르다'며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한국 연예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처음엔 당황한 적이 많았다. 예를 들어 오락 프로그램에서 옆에 있던 출연자나 사회자가 갑자기 내 머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툭툭 치는 거다. '아빠나 엄마한테도 머리를 맞아본 적이 없는데…'라며 자존심이 상했는데 알고 보니 여기에선 하나의 문화더라. 저질스러운 표현도 한국보다 많은 것 같다."

-마음 고생도 많았겠다.

"사실 어제 밤새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었다. 일본의 한 연예 주간지가 '윤소나 섹스사진 충격'이란 제목으로 내가 나오는 이상한 사진이 한국 인터넷에 떠돈다는 기사를 실었다. 그런데 제목만 그렇고 기사는 '윤소나와 얼굴이 비슷한'이라고 써놨더라. '내가 왜 이런 굴욕을 당하며 일본에서 일을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한국 연예인들 상당수가 그렇다'고 돼 있어 더 속상하고 불쾌했다. 최근 일본에서 '한국 붐'이 일면서 이런 반감도 거세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것에 굴복하기보다는 문화로 이해하고, 더 당차게 나가려고 한다."

-일본어 때문에 고생이 많았겠다.

"흰머리가 생겼을 정도다(웃음). 2001년 처음 왔을 때 할 수 있었던 말은 '곤니치와'(낮 인사)가 고작이었다. 아침 인사인 '오하요 고자이마스'는 너무 길어 몰랐다(웃음). 그래서 일단 무조건 외우기로 했다. 식탁이나 화장실에 일본말을 붙여 놓고 설거지하면서 외우고, 양치질하면서도 외웠다. 침대 옆 벽에다 대사를 깨알같이 써 놓고 잠자기 전에 다 외워버렸다. 내 앞뒤 대사도 외웠다. 상대방 대사를 외워야 내 대사 차례를 알 수 있으니까. 당연히 잠은 세시간밖에 못 잤다. '기껏 한국 배우 캐스팅 해놨더니 NG만 내고 안 되겠더라'는 소리는 너무 듣기 싫었다. 나중에는 동료 배우가 '윤소나씨, 내 대사 좀 가르쳐 줘"라고 부탁할 정도가 됐다(웃음)."

-왜 일본인들이 당신을 좋아한다고 보나.

"내가 키가 크나, 그렇다고 얼굴이 예쁘나(웃음). 그런 외형적인 것보다 여자 혼자 일본에 와서 고생해가며 처음엔 말도 못하다가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며 호감을 갖는 것 같다. 특히 20대 중.후반 여성들이 '난 소나씨를 보면서 힘을 얻어요'란 말을 자주 한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나. 한국엔 안 돌아가나.

"지금까지는 주로 당찬 역을 맡았는데 이젠 좀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다. 기회가 되면 음반도 내고 싶다. 한국에 돌아갈 계획은 당분간 없지만 언제든 좋은 작품이 있으면 해보고 싶다. 일본에서 '한국어 교실'을 열어 한국의 문화와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고도 싶다. 미국 유학도 가고 싶다. 이렇듯 욕심이 많으니 아무래도 3년 안에는 결혼이 어려울 것 같다(웃음)."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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