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끝나도 영국스파이,러시아내 활동 의혹 제기에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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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냉전이 끝난 후에도 영국 정보기관이 러시아내에서 스파이활동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다.
러시아 연방 보안부는 6일 영국 정보기관(MI6)에 포섭된 모스크바의 한 젊은이를 한달전 체포했고 그의 매수 경위와 활동내용을 이미 파악했으며 상당수 영국 외교관들이 관여한 사실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에 따라 즉각 앤드루 우드 주(駐)러시아 영국대사를 소환해 이에 엄중 항의했다.이 사건과 관련된 상당수영국 외교관을 추방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돌았다.
이에 대해 영국 정부는 의외로 조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외무부는 겉으로는 『러시아의 주장에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부당한 조치에는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반박했다.그러나 혐의 자체를 전면 부인하지 않았다.특히 말콤 리프킨 외무 장관은 영국외교관의 첩보 활동이 사실이냐는 기자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꺼렸다. 이같은 정황으로 미뤄볼 때 영국 스파이가 모스크바 내에서 정보 수집을 한 것은 어느 정도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영국을 위해 스파이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된 러시아인과 접촉한 러시아주재 영국 외교관 9명을 소환할 것을 이미 영국정부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선거를 앞둔 옐친정부가 강경 노선을 채택하고 있음을 주는 것이다.
영국이 이런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일지 다음 대응수가 궁금하다.
모스크바.런던= 안성규.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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