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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곤소곤 연예가] '바람의 왕자' 임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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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르, 뮤직비디오. 그 때문에 엄청난 제작비는 물론 캐스팅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중에서도 가수 김태영의 '오랜 방황의 끝'이란 노래의 주인공 컨셉트는 '떠나간 여자친구가 돌아온다면 다시 받아 줄 것 같은 남자!'다. 과연 어떤 배우가 가장 어울릴 것인가? 제작팀은 전격 회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고민할 것도 없이 불과 10분 만에 이 남자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는데…. 바로 탤런트 임호.

순간 고개가 끄덕여지며 그의 선한 눈망울이 떠오르지 않는가? 얼마 전 드라마 대장금에서도 왕이기 이전에 한 남자로서 한 여자를 향한 순정을 보여 뭇 여성들의 심금을 울리더니 현실의 임호도 차버린 여자가 돌아온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해 줄 수 있을까?

"글쎄요…, 실제는 그런 경험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엔 그냥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랄 것 같네요."

그의 별명인 '육다리'(여섯 명을 동시에 사귄다)가 뇌리를 스쳤다. 임호는 대학시절 연애에 있어서는 홍길동 못지 않았다고. 하루에 두세 명과 시간차 데이트는 물론 오는 여자 안 막고, 가는 여자 안 잡는 진정한 '프로 선수'였다나.

"그 당시는 삐삐나 휴대전화도 없었죠. 연락 수단은 오로지 집 전화였기 때문에 그런 만남이 가능했는데 그때 많이 만났던 이유는 여자란 과연 뭘까라는 지적(?) 호기심의 발동이었어요."

이렇게 보면 임호, 타고난 바람둥이처럼 보이지만 그의 속내를 뒤져 보니 그럴 만한 원인이 있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엄하고 무뚝뚝한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께 살가운 아들이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고. 제사 때 음식 만들기는 기본, 유난히 이사를 많이 다녔던 어린 시절 글쓰는 아버지와 공부하는 누나를 대신해 이삿짐 꼼꼼히 싸고 내리는 것도 임호의 몫이었다. 그뿐이랴? 식탁에서는 아버지를 위해 생선뼈 살 바르는 솜씨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달인. 이런 습성이 고스란히 배어 누군가에게 받기보다 배려하는 맘이 더 컸을 테고 자연스레 여인들에게도 넉넉히 베풀지 않았을까?

"덕분에 오해도 많이 사죠. 어디서든 생선만 보면 못 참거든요. 같이 식사하는 사람이 남자건, 동생이건 제가 알아서 가시를 골라내거든요. 무엇보다 습관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아버지는 안 해 버릇하셔서 못 하시는 것이고. 저는 좋은 남편, 자상한 아빠가 되기 위해 요즘 요리도 배우잖아요."

앞치마를 두른 임호라. 그러고 보니 붉은 용포보다, 흰 와이셔츠보다 더 잘 어울리는 듯. 대장금에서 "맛있구나"를 외치며 눈빛 초롱 빛나던 모습이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혀끝의 감각을 일깨우는 나름의 연습이었나 보다. 조만간 그의 안팎 입맛에 꼭 맞는 그녀를 만나 현란한 요리솜씨 맘껏 펼치기를 빌어 본다.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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