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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8·15 경축행사 이런 ‘쇼’는 계속돼야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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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 17면

“연금에 대한 한국인의 생각을 듣고 싶군요.”
지난 6월 방한한 존 애슈턴 영국 기후변화대사를 만났을 때였다. 그는 인터뷰를 하던 기자에게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지구온난화 얘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연금 문제를 꺼내는 걸까. 의문은 금세 풀렸다. 애슈턴 대사는 “세계 각국이 기후 변화를 최소화하는 데 나서지 않으면 수십 년 안에 엄청난 재난이 닥칠 것”이라며 “경제 전체가 내려앉는데 연금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만큼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현안이라는 유럽 쪽의 인식을 대변한 것이다.

국제 사회의 흐름을 감지한 일본은 이미 ‘저탄소 강국’을 향한 꿈에 시동을 건 상태다. 지난 6월 후쿠다 야스오 총리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60~80% 줄이겠다는 ‘후쿠다 비전’을 발표했다.

그런 점에서 ‘저탄소 녹색 성장’을 새로운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이명박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환영할 만하다. 세계 10위의 온실가스 배출 국가라는 부담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정부는 그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을 27일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경축 행사의 특징은 국내 최초로 ‘탄소중립형(carbon neutral)’ 행사로 치러졌다는 점이었다. 탄소중립형이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미리 계산해 이를 상쇄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4500그루 규모의 탄소중립 숲 조성과 가평 꽃동네 태양광 시설 운영자금 지원 등을 통해 경축 행사의 탄소배출량(1000t CO₂)을 0으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탄소중립형 행사를 주요 정부 행사로 확대할 것을 권하고 싶다. ‘탄소중립 인증 마크’가 찍힌 행사가 는다면 탄소 배출에 관한 국민 의식을 높이고 산업계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정부의 ‘녹색 성장’ 의지도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쇼(Show)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 실제 유럽에서는 “탄소중립형 행사는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한 위장 사기극”이란 반론이 제기됐다고 한다. 하지만 쇼가 필요할 땐 쇼를 해야 한다. 관건은 그 쇼에 얼마나 무게중심이 실리고, 어떻게 액션 플랜을 결합하느냐다.
 
▶이번주
●18일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생활보장위원회, 2009년도 최저생계비 심의·의결
●18~20일 제5회 대한민국 아동총회(국회 국제청소년센터)
●20일 여성부, 여성 60년사 전시회 개막식
●22일 서울중앙지법, 김귀환 서울시의장 돈봉투 사건 첫 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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