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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쇄빙연구선 ‘아라온’ 2010년 북극점 간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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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 06면

14일 노르웨이령 스발바르군도의 스피츠베르겐 섬 공항 쪽에서 본 니알슨 과학기지. 왼쪽 돔 형태의 구조물은 비행기 이착륙을 돕는 공항의 레이더다. 멀리 보이는 산은 200m 남짓한 높이인데 북극권에선 구름이 낮게 깔려 높아 보인다. 북극권을 방문하고 15일 오슬로로 나온 정부 대표단 소속 극지연구소 진동민 정책개발실장은 “온난화 때문에 기지 앞바다가 3년째 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설명 및 사진 제공=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떠난 한국 대표단은 노르웨이 오슬로-트롬소를 거쳐 비행기를 세 번 갈아탄 뒤 롱이어비엔에 도착했다. 거기서 다시 소형 비행기로 스발바르 군도의 중서부로 날아갔다. 북극에 있는 한국 유일의 다산 과학기지에 약 18시간 만에 도착했다.

‘기회의 땅’에 첫발 내디딘 외교부 대표단 北極 리포트

대표단은 외교부 오준 다자외교조약실장, 서민정 외교부 해양법규 서기관, 극지연구소 진동민 정책개발실장, 최선웅 정책개발실 기술원 등 4명. 대표단이라 하기엔 아주 조촐하다. 그래도 오 실장은 “대한민국 외교부 당국자가 처음으로 북극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외교부 당국자가 이 시기에 돌연 북극으로 날아간 까닭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한국 외교 무대에서 제외됐지만 기회의 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북극을 잡기 위한 노력이다.

‘북극 기회’의 핵심에는 ‘자원과 해상로’가 있다. 미국 지질조사센터(USGS)에 따르면 북극권에는 원유 900억 배럴, 천연가스 47조3000억㎥가 매장돼 있다. 미개발 추정 세계 원유·천연가스 매장량의 각각 13%, 30%다. 미래 에너지 하이드레이트 매장량도 막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북극에선 세계 수산자원의 37%가 잡힌다.
온난화는 그 모든 이유 중 핵심이다. 2007년 미 항공우주국(NASA)은 그해 여름 북극 빙하가 2003년의 절반으로 줄었고, 빙하 표면적도 23%나 줄었다고 발표했다. 2012년엔 북극에서 빙하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덧붙였다.

오준 다자외교조약실장

다산 기지가 있는 니알슨 과학커뮤니티의 노르웨이 기지 오드바 소장은 “기지 앞바다가 3년 동안 연속해 얼지 않았는데 처음 있는 현상”이라고 했다. 북극에서 14일 귀국한 극지연구소 윤영준 기후 책임연구원도 “빙하가 계속 녹아 종전보다 1㎞ 나 들어갔다. 북극의 여름철 평균 기온도 3~4도 올라갔다”고 했다.

온난화는 야누스의 얼굴이다. 고통과 함께 새로운 가능성을 던진다. 오 실장은 “온난화가 계속돼도 금세기 말에나 빙하가 녹아 해상 단축 항로가 생기고 자원 개발이 가능하리라 여겼다”며 “이제 상황이 바뀌어 30년 내에 이 문제들이 현안으로 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먼 미래 얘기로만 여겼던 북극 개발이 목전의 주제가 된 것이다.

극지연구소 서현교 선임연구원은 “특히 여름철 2개월 이상 완전 해빙돼 북극 항로가 개설되면 기존의 아시아~북미, 아시아~유럽 노선보다 6000~8000㎞ 단축된 노선이 생긴다”고 했다. 태평양~대서양을 잇는 새 물류 노선의 등장이다.문제는 이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한국은 북극이사회 산하 과학위원회의 회원이기는 하다. 그러나 핵심 북극 정책을 논의하는 북극 8개국 이사회에는 안테나가 없다. 8개국은 미국·캐나다·러시아·덴마크·노르웨이·아이슬란드·핀란드·스웨덴이다. 한국이 옵서버 가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 나라나 옵서버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극에 대한 관심과 연구 역량이 중요한 기준이다.지금까지 뒤처져 있던 한국은 2009년 10월 탄생하는 순 한국산 쇄빙연구선 ‘아라온’으로 북극 연구의 새 원년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바다라는 뜻의 순 우리말 ‘아라’와 모두라는 뜻의 ‘온’을 결합한 ‘아라온’은 전 세계 바다를 다니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계였던 북극의 얼음 벽을 깨 뚫으라는 주문이다. 아라온은 2년 전 설계에 들어가 2008년 1월 한진중공업이 건조를 시작했다.

7000t급 아라온에는 85명이 탄다. 승조원은 25명, 연구원은 60명이다. 다산 기지에 연 50여 명의 연구자가 다녀가는 것과 비교하면 아라온의 의미는 크다. 두께 1m의 얼음을 3노트의 속력으로 깨면서 웬만한 북극해는 종횡무진할 수 있다.극지연구소 진동민 실장은 “쇄빙선이 없으면 주도적인 북극 연구가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세계는 한국의 아라온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북극해 연안 8개국은 쇄빙선을 갖고 있고 일부 나라는 한국에 사용기회를 준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도권을 절대 가질 수 없다. 육상의 다산 기지도 대기 관측과 기지 주변 해양·육상 생태계 연구에 국한돼 북극해 먼바다를 연구하려면 외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의 1만5000t급 대형 쇄빙선인 설용호에는 한국 연구원 두 명이 신세를 지고 있다.

진 실장은 “다산 기지 주변만 연구하는 것으론 모자란다. 그래서 북극해를 가로지를 수 있는 쇄빙선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라온의 등장은 한국 주도로 북극해를 연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아라온은 2010년 미국·중국 쇄빙선과 선단을 이뤄 북극점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 내년 중 중국 워크숍도 예정돼 있다. 성사되면 세계 네 번째 북극점 탐사국이 된다.

한·캐나다 북극 공동연구센터 설립도 큰 목표다. 2002년부터 가동된 다산 기지는 북극해의 유럽 지역만 커버한다. 만일 캐나다령 베링해에 센터를 두면 아시아권 북극해 연구가 가능해진다. 극지연구소는 캐나다가 기존의 레졸루트 기지 인근에 건설하는 새 국제 과학기술 기지에 초기부터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면 북극해의 아시아~유럽 부분은 기지로, 심층부는 쇄빙선으로 커버하는 종합 체계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홍금 소장 등 극지연구소 고위 관계자가 지난달 캐나다 북극 과학기지인 레졸루트를 방문하고 공동연구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는 그런 구상이 담겨 있다.

옵서버 가입 추진은 이런 준비와 병행되는 조치다. 15일 다산 기지를 떠나 노르웨이 측 관계자를 만나고 오슬로로 나온 오 실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북극이사회 옵서버 가입을 위해 어떤 정지 작업을 했나.
“지난 5월 우리나라가 제출한 북극이사회(Arctic Council) 옵서버 가입과 관련하여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표시하고, 의장국 노르웨이에 협조와 지지를 요청했다. 노르웨이는 현재 북극이사회 의장국이며, 노르웨이 외교부가 사무국 역할을 한다.”

-누구를 만났나.
“노르웨이 숄하임 개발환경장관과 오찬을 하고 북극 담당 스카게스타드 부국장을 만났다. 한국의 옵서버 가입 문제를 협의했다.”

-반응은.
“한국의 극지 연구 분야가 왕성하고 또 해운·조선 분야에서 국제적 활동도 많아 옵서버 가입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고위 대표단이 북극 기지에 직접 온 것도 높이 평가했다.”

-옵서버 가입이 순조롭다는 뜻인가.
“아니다. 최종 결정은 8개국 장관이 모여서 하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지원은 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노르웨이에만 정성을 기울이나.
“2012년까지 의장국이 노르웨이-스웨덴-덴마크로 이어진다. 서로 의견이 통하는 나라들이다. 이 때문에 노르웨이와 관계를 좋게 할 필요가 있다.”

-북극이 우리에게 중요한가.
“3면이 바다인 한국은 해양에 대한 외교·경제·과학적 관심과 활동을 꾸준히 강화해야 한다. 지구의 마지막 프런티어인 북극·남극의 극지 활용과 보존을 위해 우리는 적극적으로 국제적 활동을 해야 한다.”

-쇄빙선 아라온호가 2010년 투입된다는데 그에 비해 육상의 다산 기지는 너무 초라하지 않나.
“니알슨 과학기지촌에 입주한 각국 기지 중 다산 기지는 다섯째 규모다. 노르웨이·독일 등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우리의 북극 예산은 약 2억원이지만 노르웨이는 450억원이다. 예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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