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트 vs 게이 vs 파월 0.01초 승부 벌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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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베이징 올림픽 육상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라이벌 간의 맞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상대보다 0.01초라도, 1㎝라도 더 빨리, 더 멀리 뛰고, 던지려는 노력이 인간의 한계를 확장해왔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서 타이틀 수성에 나서는 ‘디펜딩 챔피언’과 새롭게 금메달을 목에 걸려는 도전자들이 펼칠 육상 라이벌 대전을 미리 짚어봤다.

◇볼트-게이-파월(남 100m)=‘인간탄환’을 가리는 남자 100m는 역대 올림픽마다 최고 이벤트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대회 직전 펼쳐진 스프린터 3명의 세계기록 경신 경쟁과 맞물려 더욱 관심이 커졌다. 지난해 9월 아사파 파월(자메이카)이 세운 9초74의 세계기록은 8개월 만인 올 5월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9초72를 기록하면서 깨졌다. 이에 질세라 타이슨 게이(미국)는 한 달 만에 뒷바람 때문에 비공인기록으로 남게 됐지만 9초68을 기록했다. 특히 볼트는 200m와 400m 릴레이에도 출전, 지난해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에서 게이가 달성한 ‘스프린트 트레블(단거리 3관왕)’에 도전한다.

◇류샹-로블스(남 110m허들)=4년 전 부담 없이 올림픽에 나와 ‘허들의 황제’로 등극한 류샹(중국)을 두고 한 중국 기자는 “만리장성을 어깨에 메고 뛴다”고 했다.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 겸 세계선수권자였던 류샹의 아성은 6월 체코 그랑프리에서 다이론 로블스(쿠바)가 류샹의 세계기록(12초88)보다 0.01초 빠른 12초87을 기록하면서 무너졌다. 흑인의 전유물이던 육상 단거리에서 돌풍을 일으킨 ‘황색 탄환’의 금메달 2연패는 허들보다 높은 ‘부담의 벽’을 넘느냐에 달려 있다.

◇러갓-베켈레(남 5000m)=4년 전 히참 엘 게루즈(모로코)처럼 남자 1500m와 5000m 2관왕을 노리는 버나드 러갓(미국)이다. 케냐 대표로 4년 전 1500m에서 은메달에 그쳤던 러갓은 미국으로 국적을 바꾼 지난해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에서 1500m와 5000m를 제패했다. 장거리 불모지인 미국의 금메달 기대주다. 1500m는 몰라도 5000m만큼은 이 종목 세계기록(12분37초35) 보유자 케네니사 베켈레(에티오피아)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1만m까지 2관왕이 유력한 베켈레다.

◇이신바예바-스투진스키(여 장대높이뛰기)=‘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와 그를 쫓는 제니퍼 스투진스키(미국)의 대결은 올림픽 개막 전부터 시작됐다. 스투진스키는 최근 “베이징에서 러시아(이신바예바)의 엉덩이를 차주겠다”고 도발했다. 이신바예바는 맞대응 대신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입장이다. 올림픽 개막을 열흘 앞두고 세계신기록(5m4㎝)을 세운 이신바예바가 개인 최고기록 4m92㎝의 스투진스키보다는 금메달에 가까워 보인다.

베이징=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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