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목되는 총장선출 새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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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학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진지 2년 남짓이다.정치든,사회든,대학이든 개혁을 위해선 개혁주체가 있어야 개혁실천화가 가능하다.
대학의 경우 개혁 주체는 총장이다.재단과 교직원,학생과 동문회의 고른 의견을 수렴하면서 개혁의 실체를 구현하는 게 지금 대학총장이 당면한 현실적 과제다.이 때문에 연세대 이사회가 결정한 새로운 총장선출방식은 대학개혁을 위해 응당 필요한 변신의 노력이라고 높게 평가하고 싶다.
원래 대학총장은 국립이면 대통령이,사립이면 재단이사장이 임명하는게 관례였다.그러다가 권위주의시절 이 임명방식이 체제유지와재단이해를 위해 왜곡되면서 민주항쟁기간을 거치며 하나의 반작용으로 너도 나도 직선제 방식을 선호하게 됐다.
그러나 총장 직선제를 도입하면서 이 또한 나름대로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선거란 경쟁이다.경쟁이 치열할수록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허무맹랑한 공약이 남발되면서 학연.지연.혈연이 엉켜 외부인사 영입을 봉쇄하는 등 대학 발전과 는 거꾸로 가는 부작용을 낳았다.선거후유증은 더욱 심각했다.선거과정에서 생겨난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패거리 반목이 일어나고,이패거리 반목이 무작정 찬성과 무작정 반대로 치닫는 대결구도를 초래했다.
연세대의 경우 이른바 교황식 선거였기 때문에 부작용 또한 심각했을 것이고,이에 대한 반성과 극복대안이 시급했을 것이다.새로 채택된 선출방식은 학원민주화의 꽃이라 했던 직선제 방식과 종래 임명제 방식을 절충했다는 점에서 그 현실타당 성이 매우 높다.교수 10인,교직원 2인,학생대표 2인,사회저명인사 2인,학부모대표 2인으로 구성되는 20인 총장추천위원회가 3~5인의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가 이중에서 임명하는 방식이다.미국 예일대학이나 펜실베이니아대학엔 이미 전 통으로 확립된 방식이다. 직선제 확산의 근거는 재단의 전횡을 막자는데 있었고 나름대로 실효를 거두었다.그러나 세상은 또 한번 바뀌었다.치열한 경쟁시기의 대학에선 재단 전횡으로 대학 자체가 살아남을 수 없음을 대학 스스로 깊이 자각하고 있을만큼 시대 상황이 달라졌다.
총장 선출이란 교육주체간 합의도출로 대학 형편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이젠 상식화되었다.이런 상식에 걸림돌로 작용하는게 오히려 직선제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 3월 하순 8개 사립대총장들이 모여 총장직선제 폐지안을 결의했다.그후 총장임명제를 선언한 대학에선 이미 심각한 학내 분규를 겪고 있고 줄이어 유사한 분규가 예상되고 있다.대학주체들간의 합의 도출로 채택돼야 할 총장 선출방식을 놓고 마치 노사분규처럼 대립하는 현실도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이런 점에서 연세대 총장선출방식은 다른 대학에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이 될 수 있다.
이제 대학 총장은 학문적 권위의 상징물이 아니다.경영의 주체고 개혁의 핵심이다.총장이 인기에 연연하고 교수들의 눈치를 보면서 대학개혁을 이룬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소신껏 눈치보지 않고 개혁을 추진하려면 4년 임기도 모자란다.
좋은 사람을 뽑아 오래 재임할 수 있게 해야 제대로 일을 할수 있다.그런데 연임을 위해 소신을 굽히고,또 한차례 선거를 위해 선심을 쓰고 패거리를 만들어야 한다면 그 어떤 총장이 대학개혁의 기수가 될 수 있겠는가.
연세대 총장선출방식은 바로 이런 점에서 기왕의 폐단을 제거하고 새로운 개혁의 추진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대학 전체로 확산될 수 있는 좋은 모범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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