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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식 노래는 립 싱크, 폭죽쇼는 CG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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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짝퉁 천국’이란 말을 듣는 중국이다. 베이징 올림픽 또한 짝퉁 소동을 비켜가기 어려운 모양이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 유명 인사들이 베이징의 대표적 짝퉁 시장을 찾는가 하면 개막식 공연과 관련해서도 ‘립 싱크’ 등 짝퉁 논란이 한창이다.

○…베이징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장안(長安) 대로변 LG 쌍둥이 빌딩 맞은 편에 4층 건물이 하나 있다. 관광객들에게 ‘실크 스트리트(Silk street)’로 잘 알려진 쇼핑센터 슈수이제(秀水街)다. 중국의 공예품을 판다는 이곳은 실제로는 짝퉁 제품의 집결지다. 루이뷔통, 구찌, 샤넬 가방, 카르티에 시계에 유명 브랜드 골프 클럽도 구비돼 있다. 미국·유럽 등이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비판할 때 대표적 사례로 지목하는 곳이다.

이런 슈수이제가 최근 올림픽 특수를 누리고 있다. 슈수이제를 찾은 대표적 서방 인사는 부시 전 미 대통령이다. 11일 오전 부시 전 대통령은 딸을 데리고 이곳에 나타났다. 이날 귀국한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오지 않았지만,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중국산 짝퉁이 즐비한 곳에 쇼핑을 나온 것은 이례적 일이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짝퉁 제품을 구입하지는 않았다. 짝퉁 피혁제품이 몰려 있는 지하 1층을 들르지 않았다. 대신 곧바로 3층 실크 의류 매장으로 직행했다. 18호 매장 주인은 ‘중국식 영어(Chinglish)’로 부시 전 대통령과 딸에게 용과 봉황이 수 놓인 실크 잠옷을 추천했고, 이들은 여섯 벌의 실크 잠옷을 구입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친구들에게 선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여자 점원들의 부탁으로 기념 사진도 찍었다. 이런 광경은 미국과 중국 언론에 보도됐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중국의 짝퉁 쇼핑센터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격이 되고 만 것이다. 짝퉁 거리를 찾은 또 다른 유명 인사는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의 부인 안니 로게. 그녀도 11일 오전 이곳을 찾아 손자· 손녀에게 줄 채색 조각상을 구입했다.

○…역대 최고의 화려함을 자랑했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이 짝퉁 논란에 휩싸였다. 천치강(陳其鋼) 음악 총감독은 최근 개막식에서 린먀오커(林妙可·9)가 부른 노래 ‘조국을 노래하다(歌唱祖國)’는 사실 다른 여자 어린이가 노래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무대 뒤에서 실제 노래를 부른 소녀는 린보다 두 살 어린 양페이이(楊沛宜)라는 소녀였고, 린은 립 싱크만 했다.

천 감독은 “가짜 노래는 좋지 않지만 이는 대외적 이미지를 고려한 끝에 결정한 것”이라며 “양페이이가 개막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좀 더 나은 이미지를 연출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만 밝혔다. 린은 노래 직후 천사의 목소리를 지녔다며, 세계 각국 시청자들로부터 빗발치는 문의를 받기도 했다.

올림픽 사상 가장 많은 폭죽을 터뜨렸던 불꽃놀이도 가짜 소동을 빚고 있다. 개막식 행사 때 쏘아 올린 폭죽이 하늘에 거인 발자국 29개를 만들어냈는데 이 중 28개가 방송 시 컴퓨터 3차원 영상으로 만들어진 가짜였다는 것이다. 이는 신화통신이 공개한 사진과 실제 TV 화면에 방영된 장면이 달라 밝혀졌다. 이에 대해 올림픽 조직위 측은 스모그로 가득한 베이징의 밤하늘에서 선명한 발자국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고, 실제 공중으로 쏘아 올린 다량의 불꽃을 헬리콥터가 저공비행으로 따라가면서 카메라로 잡는 작업이 지나치게 위험했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베이징=장세정·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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