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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본4.11총선>5.끝.문제의 원인.대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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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승패에 집착한 첨예한 대결이 있는 곳엔 필연적으로 이성을 망각한 갈등이 나타난다.
4.11총선의 핵심 문제점으로 지적된 돈선거.지역분할구도.선거법 무용(無用)등의 현상은 결국 날카로운 대립만을 초래케 한현재의 정치제도와 문화로 그 뿌리가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대 박찬욱(朴贊旭.정치학)교수는 『6.27지방선거는 현정권의 중간평가,이번 총선은 내년 대선의 전초전으로 규정되는 등성격이 각기 다른 모든 선거가 소위 대권구도와 연결되고 말았다』고 한다.
朴교수는 『대통령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승자독점(Winnertakes all)구도에선 모든 선거가 대권장악의 사전단계로 해석돼 치열한 난투극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첨예한 갈등의 물꼬를 돌려줄 「정책경쟁」의 실종은 4.11의 문제점을 분석하는 모든 정치전문가들이 첫손 꼽는 미시적 요인이다.서울대 이정복(李正馥.정치학)교수는 『독재에서 민주를 거쳐 정책정치의 단계로 도약해야 할 4.11 총선은 첫걸음도 떼지 못하고 주저앉았다』는 분석이다.
李교수는 『총선직전 터졌던 독도.DMZ문제는 물론 월드컵유치.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의 정밀한 득실,미군주둔 지위협정개정등 중요 이슈들에 대해 각 정당은 문제제기는커녕 혹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세라 회피하는 자세마저 보였다』고 주장한다.
문민정부의 등장으로 4.11총선에선 과거의 「민주화우선」쟁점의 실종은 결국 지역감정 자극.돈살포.인신공격은 물론 시.구의원의 몫인 각종 지역사업공약까지 당선의 으뜸수단으로 등장시켰다. 정책의 실종은 물론 현 정당체제의 파행에서 비롯된다.고려대김호진(金浩鎭.행정학)교수는 『우리 정당의 경우 총재 1인의 권위주의적 이미지만 부각될 뿐 정당의 뚜렷한 이념과 색깔은 실종돼 왔다』며 『자연히 선거철만 되면 좋다는 공약 은 급히 다끌어모은 두루잡기식 정당(catch all party)을 피할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관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정당의 인적구성도 정책부재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金교수는 『정치를 한다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벌거벗은 권력의 무대로 간다는 시각에선 사회 각분야 전문가의 영입.교류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4.11총선에서 드러난 무수한 문제점의 치유는 물론 이같은 병인(病因)에 대한 철저분석에서 그 방향과 대안이 찾아진다.
언론인 박권상(朴權相)씨는 현재의 대통령제.소선거구제등 정치체제에 대한 진지하고 광범위한 공론화과정을 첫번째 대안으로 제시한다.그는 『대통령의 지나친 권력집중이 거론되는 만큼 권력구조의 합리적 조정 필요성에 대한 토론과 필요성이 있다면 그 수정 방향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상 신한국당.국민회의의 상당수 의원들도 사석에서 내각제에 대한 관심을 언급하고 있다.초선의원들에 대한 본사의 여론조사결과 내각제에 대한 관심이 예상외로 적지 않았다.
정책대결을 위한 제언도 쏟아지고 있다.서강대 손호철(孫浩哲.
정치학)교수는 『민주대 반민주의 구도를 보수대 진보의 대결구도로 대체할 정당의 뚜렷한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孫교수는 『여성.환경.노동.복지문제등 유권자의 선택 을 가능케 할 정책의 제시,평소의 정책대결관행에 대한 여론의 촉구와 감시가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정복교수는 정당이 정책결정의 중심으로 우뚝 설 것을 주문한다.그는 『대통령이 여당이 정책중심이 되도록 주도하면 자연히 야당도 따라오게 마련』이라고 주장한다.정당의 개혁이 선행되지 않는 한 선거법개정만의 보완은 공염불이라는 게 그 의 주장이다.이 모든 대안제시에는 『한국정치를 주도하는 3金이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 마음을 비운다』는 전제가 필수적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견해이기도 하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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