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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우리기술' 많아-비용없어 해외특허 못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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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내 대학의 연구성과가 외국기업에 새나가고 있다.최근 외국기업들이 아무런 보호조치없이 공개된 국내 교수진의 「개가(凱歌)」를 로열티 한푼 내지않고 상품화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같이 「땀은 국내 대학이 흘리고 열매는 외국기업이 따먹는 격」의 기막힌 일이 벌어지는 것은 국내 해외특허 지원체계의 허점때문.
연세대 금속공학과 박용수(朴庸秀)교수는 최근 특수강 개발.제조 분야의 세계적 기업인 프랑스 국영 CLI사로부터 자신이 83년 개발한 「슈퍼스테인리스강 SR50A」를 생산,전세계에 판매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CLI측은 기존 소재보다 내식성과 내구성이 높고 생산비가 저렴한 SR50A가 상품성이 훨씬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이미 일본 히타치중공업에 납품계약까지 해놓은 상태였다.이 회사측은 『연구자에 대한 「예의」차원에서 연락했으며 특허를 출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별도의 개발비는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26일 한국지적재산관리재단(이사장 黃宗煥)에 따르면 지적재산권 보호조치 미비로 국내대학의 연구성과를 외국기업이 제약없이 이용하는 경우가 10여건에 이른다는 것이다.K대 A교수가 80년대초 개발,학계에 발표한 「한글코드에 한문을 입 력하는 컴퓨터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사례.A교수의 프로그램은 지금도 국내기업들은 물론 IBM등 외국의 대기업까지 워드프로세서 제작등에 마음대로 활용하고 있다.
또 일본의 세계적인 자동차타이어 메이커인 B사가 최근 국내 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자동차타이어 제조관련 연구결과를 제품생산에 이용하고 있다고 재단측은 밝혔다.
이는 자체 지원을 받는 기업체.정부 연구기관과 달리 대학에 대한 지원체계가 극히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일본 등 나라별로 특허를 얻기위해서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출원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교수 개인이 부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그나마 과학기술처 산하 한국과학재단에서 심사를 통과한 연구성과물에 대해 해외출원때 3백만 원을 지원해주던 제도마저 지난해말 종료됐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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