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학생에 야스쿠니 참배 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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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문부과학성 직원들이 최근 지방 교육위원회를 돌면서 학생들의 야스쿠니(靖<56FD>) 신사 방문을 권장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야스쿠니 신사는 일제의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우익 성향의 종교기관이다.

일본의 교직원 노조인 전일본교직원조합(전교)은 11일 성명을 내고 “문부과학성이 각 지역에서 새 학습지도요령 설명회를 하면서 ‘학교 행사의 일환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해도 좋다’는 내용의 정부 답변서를 배포하고 있다”며 “새 학습지도요령과 관련 없는 문서를 배포하는 것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문부과학성은 미 군정하인 1949년 당시 학교가 주최하는 형태의(학교에서 단체로) 야스쿠니 신사 방문을 금지한다는 사무차관 명의의 통지문을 각급 학교에 보냈다. 그러나 지난 5월 몇몇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이 통지문이 여전히 유효한지를 질의하자 정부는 “1952년 주권 회복으로 통지문은 효력을 잃었다”고 밝혔다. 또 “학생들이 역사나 문화를 배우기 위해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해도 좋다”는 답변서를 각료회의 의결로 채택했다. 문부과학성이 학생들의 단체 야스쿠니 방문 길을 열었고, 지방 교육위원회를 돌면서 이 답변서를 배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교는 “야스쿠니 신사는 전쟁 중에 일본 국민을 전쟁터로 동원했던 신사이며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을 ‘아시아 해방을 위한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미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야스쿠니 방문은 일반 사찰 방문과 같은 선에서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문부과학성의 이번 조치는 과거 헌법과 역사의 진실에 비춰볼 때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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