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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청권 배려한 일본의 올림픽 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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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수가 출전하는, 그것도 메달 획득이 예상되는 경기의 TV시청률은 매우 높다. 개막식은 37.3%, 일본 유도의 간판스타인 다니 료코(谷亮子) 선수가 동메달을 따는 순간의 시청률은 21.9%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본 방송들은 개막식과 주요 경기를 동시에 중계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 화제가 됐던 개막식은 NHK가 단독 중계했고 같은 시간 민방들은 정규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NHK와 일본민간방송연맹이 만든 재팬 컨소시엄이 공동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방송권을 구입한 뒤 방송사별로 방송시간을 안배해 중복 방송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NHK가 198시간, 민방 지상파는 약 173시간 중계를 계획하고 있다. 인기 경기 중계는 제비뽑기로 결정한다. 일본이 금메달을 딴 수영 남자 100m 평영 결승전은 NHK가, 여자마라톤은 니혼TV, 남자육상 100m 결승은 TBS, 유도 남자 100kg급·여자 78kg급 결승전은 후지TV가 중계하는 식이다.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제비뽑기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청자들에게 보다 많은 채널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게 일본 방송가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어떤가. 어제 한국에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올림픽 개막을 하면서 평소 즐겨 보던 드라마를 볼 수 없어 심심하다”는 푸념을 늘어놓았다. 올림픽과 월드컵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 때 방송사들이 주요 경기를 중복 방송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방송사들이 올림픽 특집프로그램을 편성하면서 개막식은 물론 주요 경기까지 동시에 방송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정규 프로그램은 연기되거나 중단될 수밖에 없다. 올림픽은 국제적인 행사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매달려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시청률과 광고수익을 의식한 방송사들의 일방적인 편성 때문에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 시청자들까지 ‘다양한 시청권’을 뺏기는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한 방송사가 올림픽 중계 대신 방영한 주말극이 같은 시간대의 전국 시청률에서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 방송사들도 이제는 드라마나 교양 등 다른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많은 시청자를 배려해야 한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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