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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 2배로 급증‘시골학교’비밀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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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갈현리 갈현초등학교. 휴전선과 4㎞ 떨어져 있다. 얼마 전까지 1~6학년 학생 48명에 7명의 교사를 둔 전형적인 ‘시골학교’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년 10여 명씩 학생 수가 줄어드는 바람에 폐교 위기에 몰렸었다. 농촌 주민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도시로 떠나는 농촌 이탈현상 때문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학기에 40명이 전학을 와 전체 정원이 88명으로 늘었다. 연말까지 전교생 수가 100여 명까지 늘 것이라고 한다. 이 학교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런 변화의 한복판에는 이 학교 김호산(61) 교장이 있다. 12일 오전 학교 도서관에서 만난 김 교장은 방학인데도 학교를 찾은 1∼3학년생 10여 명에게 독서지도를 하고 있었다. 김 교장은 “어렸을 때 독서습관을 길러 놓으면 공부뿐 아니라 지식과 교양을 쌓는 데도 큰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37년간 고향인 파주 지역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다 2005년 물러났다. 그러다 2006년 3월 갈현초교에 교장으로 초빙된 뒤 농촌학교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는 “요즘 초등학생 학부모들은 영어 교육에 관심이 크다”며 “그러다 보니 농촌 어린이들이 학원이 잘 갖춰진 대도시로 빠져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영어와 외국어를 가르치는 교육프로그램에 정성을 쏟고 있다.

우선 학교에서 3㎞ 떨어져 있는 경기영어마을의 우수한 시설과 원어민 강사진을 적극 활용키로 했다. 올 3월부터 3∼6학년생 전원은 매주 2시간30분 동안 영어마을에서 영어체험교육을 받고 있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1인당 한 학기에 30만원. 농촌 학부모들의 경제력으로는 엄두가 나지 않을 큰돈이다. 이를 위해 김 교장은 올 초 파주교육청을 찾아 어려운 학교의 현실을 털어놓고 2000만원의 특별 예산을 지원받아 충당했다. 이 예산으로 방학 중에도 일주일에 3시간씩 전교생에게 영어캠프·영어마을 체험교육을 실시 중이다.

◇“모든 공부는 학교에서”=김 교장은 학교에서 모든 공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고교에서나 볼 수 있는 0교시 수업도 한다. 매일 정규수업시간보다 1시간 이른 8시부터 30분 동안 전교생에게 기초 한자교육을 한다. 졸업 전에 학생들이 한자능력 검증시험 3급 이상을 따도록 유도한다.

방과 후 수업도 있다. 생활체육, 농촌 체험부터 독서논술지도, 정보화 교육(워드 3급 이상 자격증 취득)을 실시한다. 교사들도 0교시 수업과 방과 후 수업에 자발적으로 동참한다.

미국인 원어민 보조강사를 임용해 3∼6학년 영어수업과 1∼6학년 영어 특성화 교육도 하고 있다. 중국어 강사도 모셔와 3∼6학년생을 대상으로 기초과정을 가르친다. 김 교장은 “돈 걱정 없이 아이들에게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 교육을 시킬 수 있어 학부모들이 만족한다”고 전했다.

◇“학부모와의 소통 중요”=김 교장은 분기별로 전체 학부모들과 직접 면담을 한다. 더 나은 자녀교육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매월 학력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각 가정에 통보해 자녀교육에 대한 소통에 힘쓴다.

이 학교 이강구(59) 총동문회장 겸 운영위원장은 “교장선생님이 열악한 교육환경을 극복하고 내실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아이들의 학력 향상을 돕고 있다”며 “그 결과 ‘떠나가는’ 농촌이 아니라 ‘돌아오는’ 농촌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장은 “농촌 학교에서도 공교육이 활성화되면 도농 간 교육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성공사례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파주=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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