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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고 커진 산불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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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동두천 산불에 이어 강원도 고성에서3일째 계속된 대형 산불이 일어나는등 올들어 산불 피해가 극심하다.연간 평균 산불 발생건수가 3백32건인데 반해 올들어 지난 23일까지 벌써 4백59건이 발생했다.건당 피해면적도 30%이상 증가했다.올 봄 잦은 산불은 건조한 날씨가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한차례도 발효되지 않았던 건조주의보가 올들어 벌써 세번째나 발효됐다.4월에만 두번이다.올 4월20일까지 전국 평균강수량이 예년(64.4㎜)의 30%수준인 23.6㎜에 불과했다.불이 일어날 호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여기에 등산객들의 부주의가 가세했다.지난 23일까지 발생한 4백59건의 산불가운데 등산객의 담배꽁초등 입산자의 실화가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또 논.밭두렁 소각 16%,성묘객 실화 8%,어린이 불장난도5%나 됐다.군부대의 사격훈련도 산불의 주요인이 됐다.
동두천 화재가 미군부대의 훈련중 발생한 것이며 올해 강원도내에서 발생한 39건중 14건은 사격장근처에서 일어났다.
산불 피해가 커진데는 산불 관리및 진화체계가 잘못돼 있는데 1차적인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산불은 불끄는 전문기관이 아닌 산림청과 각 시.도가 담당하고 있다.그러다보니 진화작업에 대한 전문기술이 없어 고작 솔가지.갈쿠리로 불을 때리거나 맞불놓는 식의 원시적인 방법이 고작이다.
산불은 바람에 따라 수시로 성격을 달리하는 속성을 갖고있다.
동두천 화재때 불을 막기 위해 놓은 맞불이 역풍을 타고 진화요원을 덮쳐 큰 화를 입은 것도 산불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한 무모한 진화작업에서 온 결과다.
불은 불끄는 전문기관에서 맡아야 하는 게 순리다.소방서가 맡아 선진국 연수 등을 통해 산불예방및 진화 전문가를 키우고 하루빨리 과학화.현대화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산불 진화장비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산림청은 현재 산불진화용 헬기 20대를 산불 진화에 투입하고 있으나 많은 물을 퍼나를 수 있는 대형 쌍발 헬기는 6대밖에 되지 않는다.게다가 헬기의 대부분이 낡았고 진화효과가 높은 소화약제 는 예산관계로소량살포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개인 진화장비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등짐펌프.불갈퀴.불털이개등이 고작이다.30년전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농현상으로 주민동원이 어려워진 점도 산불피해가 늘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는 현실을 감안,다각적인 산불대책을 수립할 때라는게 산림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주문이다.
이창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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