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있는요리>엔칠라라 덮밥-주부 윤경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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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외국음식에 쉽사리 정을 붙이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멕시코 음식이라면 한번 시도해볼만 하다.강렬한 매운 고추맛이며,얇게 밀전병처럼 만든 토티야에 이것저것 재료를 싸 먹는 풍습이 한국 사람에겐 어쩐지 영 남의 것만 같진 않다.
주부 윤경원(尹敬媛.35.경기도성남시분당구분당동)씨는 멕시코음식 엔칠라라 만드는 법을 미국인 주부에게서 배웠다.
남편 유학시절 살았던 텍사스주는 멕시코와 멀지 않은 지역이라멕시코 사람.음식이 유난히 흔한 지역.아직 아이가 없던 신혼초尹씨가 1년 남짓 아이를 돌봐줬던 미국인 가정의 주부 바브라는온갖 멕시코 음식 조리법을 훤히 알고 있을 뿐 아니라 1주일에한번은 꼭 태국음식점을 찾을 만큼 외국 요리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尹씨를 만났으니 한국음식에도 눈을 돌린 것은 물론.尹씨가 선보인 잡채나 김밥을 맛있게 먹었을 뿐 아니라 어느 날은 어디서 들었는지 된장찌개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해 尹씨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바브라에게서 이런저런 조리법을 배운 덕분에 尹씨는 한식을 주로 해먹는 동료 유학생 부부들에게 서양음식도 곧잘 대접하곤 했다. 尹씨네가 한국에 돌아온 것은 4년전.요즘 엔칠라라를 해먹을라치면 얼핏 유학시절 한국음식을 해먹으면서 하던 향수(鄕愁)비슷한 것을 느낄 때가 있다.멕시코 고추와 한국 고추의 맛이 약간 다르고,토티야를 따로 구하기 어려워 그냥 덮밥으 로 만들어 먹긴 하지만 그럭저럭 유학시절 기분 내기에는 충분하다.
여느 조리사처럼 尹씨가 강조하는 것도 조리법의 융통성.닭고기가 싫으면 쇠고기 안심을 넣어도 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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