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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여행>陳情-속마음을 알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陳은 언덕()에 나무(木)를 펴 놓은(申)형상으로 나무를 말리기 위해서다.따라서 본 뜻은 「펴다」가 되겠다.진술(陳述).
진열(陳列).진언(陳言).개진(開陳)이 있다.
情은 「푸른(靑)마음(.心)」인데 옛사람들은 멀리서도 가장 잘 「드러나는」색을 청색(靑色)으로 보았다.그래서 「마음()에서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 情 또는 감정(感情)이다.
곧 陳情은 「감정을 밖으로 펴내는 것」이다.억울하거나 답답한심정을 남에게 알리는 것인데 글로 쓴 것이 진정서(陳情書)다.
이밀(李密)은 촉한(蜀漢)후주(後主,곧 劉備의 아들 劉禪)때고관을 지낸 사람이다.생후 6개월만에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마저네살 때 개가(改嫁)하는 바람에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후에 촉한이 망하고 진(晋)나라가 섰다.무제(武帝)가 그의 효심에 감동해 수차 고관을 제의했지만 아흔이 넘은 할머니 때문에 거절할수밖에 없었다.
내막을 모르고 있던 무제는 그를 의심하기 시작했다.곧 이밀의불사이군(不事二君)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곤 노발대발(怒發大發)했다. 이밀은 자신의 안타까운 처지를 적은 글을 올렸다.유명한진정표(陳情表)가 그것이다.본디 「表」는 신하가 천자에게 올리는 글을 뜻한다.제갈량(諸葛亮)의 출사표(出師表)가 「충성」을뜻한다면 이밀의 진정표는 「효심」의 극치라 하겠다.
그의 효심에 감격한 무제는 많은 노비와 재물을 보내 할머니를잘 봉양하도록 했다.천자에게 진정서를 올린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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