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장경제와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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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워싱턴에서 열린 한반도경제협력회의에 참석한 김정우(金正宇)북한 대외경제위부위원장의 기조연설은 문면상으로는 북한경제정책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한마디로 정책기조를 자력갱생에서 자본주의적요소의 도입과 무역제일주의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는 돌발적으로 나온 것은 아니고 북한이 당면하고 있는 경제난을 배경으로 간간이 감지된 정책변화다.그렇더라도 국제회의에서북한의 경제고위관리가 공식화한 것 자체로서 의미가 있다.
대외접촉을 늘리는 길만이 북한의 경제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는사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명백해지고 있다.金부위원장의 기조연설문은 북한의 대외신용도 회복과 열악한 북한산 수출상품의품질제고가 급선무라고 강조하고 있다.그동안 폐 쇄적인 이데올로기와 중공업우선정책의 실패로 생산성의 저하를 솔직히 인정하는 대목이다.
이런 면에 대해선 남북간 기업교류를 통해 우리의 과거 경험을북한에 전수해줄 수 있을 것이다.현단계에서 북한이 갖고 있는 자원은 인력밖에 없고 과거에 우리도 그랬기 때문이다.우리 정부가 정치현안과 경제문제를 분리해 탄력적으로 기업 교류를 확대하도록 배려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이 알아야 할 점은 외부사회가 자본과 기술및 경영노하우를 전수해준다 해도 스스로 수용자세가 돼 있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다.당장은 중국식이나 러시아식으로 명백하게 개방의 방향을 정할 순 없다 해도 국제사회에서 일 관성있는 거래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선언적인 발언을 하는 것만으로는 경제난을 타개하기 어렵다.
金부위원장이 언급한 「자본주의시장으로의 야심적인 접근계획」은 북한의 의지만 갖고 될 일이 아니다.다 른 나라가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는데 대해 북한이 치를 대가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거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나진.선봉경제특구는 시발점이다.이같은 경제특구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려면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경제규범을 북한 스스로가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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