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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달러’로 유턴, 수출주 웃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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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끝없이 추락할 것 같던 미국 달러 가치가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섰다. 일각에선 7년여 동안 이어진 달러 약세가 끝났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증시엔 일단 호재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가 급등한 데 이어 11일 코스피지수도 12.37포인트(0.79%) 뛰어 1581.09가 됐다.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만에 1030원대로 치솟으면서 환율 수혜주인 삼성전자(2.09%)·현대차(2.39%)·하이닉스(5.31%)가 상승을 주도했다.


◇수출주 호재=달러 강세는 세계 증시에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우선 달러 약세를 틈타 원유시장으로 몰렸던 투기자금이 빠져나가면서 국제유가가 꺾이고 있다. 한 달 전만 해도 배럴당 150달러를 넘보던 서부텍사스유(WTI)는 지난 주말 115.2달러까지 내려왔다. 반면 미국 신용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금융업종은 유가가 고점을 찍은 지난달 11일 이후 16.77% 올랐다.

국내 증시에도 나쁘지 않다. LIG투자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은 “4~5월 환율 효과를 톡톡히 봤던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기계 등의 수출주가 다시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증시 자금이 수출주로 쏠리면 가뜩이나 국내 경기 부진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내수주에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에너지 관련주도 전망이 밝지 않다.

◇불안한 ‘강 달러’=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좋아졌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미국 주요 금융사의 부실자산 털어내기가 끝없이 이어지고, 주택 경기가 바닥에서 헤매고 있는데도 달러가 강세로 돌아섰다. 뒤집어 말하면 미국이 좋아져서라기보다 유럽·일본 경제가 더 나빠졌기 때문에 달러가 올랐다는 얘기다. 유럽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도 2분기 수출이 2.4% 줄면서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나친 기대 금물=상당수 전문가는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일본 경제가 빠르게 좋아지기 어려운 데다 원자재 시장의 투기자금도 한번 물꼬가 터지면 방향을 바꾸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살아나기 전에 섣부른 기대를 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더 이상 달러 강세에 베팅하지 말라”고 권유하고 나섰다.

달러 강세가 국내 증시에 꼭 도움이 된다고만은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SK증권 최성락 연구원은 “현재의 달러 강세는 세계적인 안전자산 추구 심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어 최근 국내 주식을 계속 내다판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달러 강세는 자칫 국내 물가 및 채권, 외환 시장의 불안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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