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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진 4집 출반 절제의 미학 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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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좀처럼 역량있는 여자 가수를 찾아보기 힘든 시대다.지난해 신예 이소라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박미경.이은미등 몇몇 여가수들이 고군분투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예외적인 현상일 뿐이다.90년대들어 여자가수들이 절반의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은 음반시장의 주도권을 10대 청소년,그중에서도 「오빠부대」로 불리는 여학생들이 장악하게 되면서 빚어진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솔리드.R.ef.신승훈.김건모 등 소녀팬위주의 남자가수들이 일대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는 틈새를 비집고장혜진(사진)이 신곡을 발표한 것은 가뭄끝 단비처럼 고무적인 일이다.장혜진은 작은 체구에 걸맞지 않게 깨끗 한 고음을 무리없이 뽑아내는 목소리로 알려졌지만 통산4집이 되는 이번 음반 『유혹』에서는 절제의 미학을 추구한 것이 느껴진다.
『지금까지의 음악은 내지르는 소리가 많았죠.때문에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과연 이 대목에서 고음이 제대로 넘어갈까」 긴장하게 만드는 노래가 많았던 것 같아요.노래방에서 내 노래를 부르려 해도 목만 아프고 부르기 힘들다는 사람들도 많았고요.이번에는 좀 더 편안하고 감각적인 노래를 만들어 보았어요.』 이번음반은 프로듀서가 3집 『비포 더 파티』의 김현철에서 베테랑 연주자 손무현으로 바뀌었다.그런 탓인지 리듬 앤드 블루스 풍의색채가 짙어지고 우울하고 애상적인 느낌이 강조됐다.김현철 특유의 리듬감과 밝고 경쾌한 느낌이 줄어든 대신 무겁고 성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첫번째 곡 『기다림의 시간들』은 작곡자 윤상 특유의 은은한 감성이 살아 있는 곡.그러나 처음 듣는 순간 윤상의 곡이란 사실을 대번에 알 수 있을 정도여서 신선미가 다소 떨어진다.세번째곡 『위기의 여자』(손무현 등 공동작곡)는 장혜 진의 달라진면모를 느끼게 해준다.흑인풍의 리듬을 댄스가수 못지 않게 잘 소화해내고 있고 가성도 독특하다.황세준 작곡의 『완전한 사랑』을 부르는 장혜진의 처연한 목소리는 이별의 아픔을 그린 가사내용과 선율에 잘 어울린다.이밖에 『이 별 후유증』『혼자만의 기도』등 모두 9곡의 신곡이 들어있다.장혜진은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여자 가수도 없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남자 가수들의 격전장에 뛰어든 이 여류 보컬리스트에게 대중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
글=예영준.사진=오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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