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패러글라이딩 대회에선 ‘하회탈’ 등 우리 전통 문양들이 하늘을 수놓는다. 직원 30여 명의 ‘진 글라이더’(경기도 용인)가 만든다. 패러글라이더의 핵심은 안전성과 속도를 좌우하는 날개. 이 회사는 저항을 줄이고 바람의 힘을 극대화하기 위해 얇은 천 일곱 장을 겹쳐 꼼꼼하게 박음질한다. 절대 양보하지 않는 것은 기술. 돌풍 속에서 날개 복원력을 시험하던 파일럿까지 잃으면서 얻어낸 기술이다. 패러글라이더의 가격은 300만~500만원. 이 회사는 값을 깎자는 업체와는 절대 거래하지 않는다. 6년 연속 세계 선수권 대회를 석권하고, 30%의 세계 시장 점유율로 7년째 1위를 차지해온 자부심이 대단하다.
“손에 땀이 나면 자꾸 미끄러진다.” 미국 NBA의 새 공인구인 스팔딩 제품에 대한 섀킬 오닐의 불평이다. 그 이전 20년간 공인구는 우리나라 스타스포츠의 농구공. 1965년 서울 미아리에서 출발한 허름한 업체가 세계 시장을 오랫동안 휘저었다. 농구공 안에 수만 번 실을 감고 외피를 접착하는 기술이 탁월했다. 최근 NBA의 공인구 교체는 정치적 판단 때문. 소가죽 외피 대신 합성고무를 쓰라는 동물보호단체의 눈치를 본 것이다. 그러나 프로선수와 농구 팬들은 스타스포츠 농구공에 대한 집착을 숨기지 않는다. NBA는 예전에도 그랬다. 6개월 만에 공인구 교체를 백지화하고 다시 스타스포츠 공을 쓴 바 있다.
지난 1월 우리 대표팀이 봅슬레이를 빌려 타고 아메리칸컵 동메달을 따 슬픔과 감동을 주었다. 그만큼 전문 스포츠용품 시장의 장벽은 높다. 첨단 기술은 물론 장인정신이 없으면 못 만든다. 그래서 TV 화면에 비친 우리 중소기업의 국산 활이 더 반갑다. 참고로, 세계 레포츠용품 시장 규모는 200조원이 넘는다.
이철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