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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주민자치위를 찾아 …

중앙일보

입력

한때는 군청 소재지였다. 면적으로 치면 고양시에서 두 번째로 넓은 동이다. 시 중심이 신도시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고양동은 점차 경제·문화적 소외지역이 돼갔다. 사회기반시설은 취약하고, 낙후된 지역으로 인식됐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새로운 발전가능성을 찾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은 계속됐다. 그 중심에 주민자치위원회가 있다. 


주민자치센터 운영세칙을 제정하고 주민자치위원회(이하 자치위)가 새롭게 조직된 2007년 1월. 고양동에 새로운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2명의 자치위원이 센터에 상주하면서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사업들을 구상했다. ‘주민 스스로가 참여하는 화합의 주민자치’가 이들이 내건 목표였다.

매월 1일을 대청소의 날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동 환경미화에 나섰다. 자치위는 물론 동의 각 단체와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벽제천의 쓰레기를 걷어내고 동 구석구석을 쓸고 닦았다. 지금은 연인원 600여명이 참여하는 정기행사가 됐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을 돕기 위해 감자밭을 일구기도 했다. 자치위원들은 손수 감자를 심고, 가꾸고, 수확했다. 지난해 7월에는 20가정에 20㎏씩의 감자를 전할 수 있었다.

고양시 39개 동 최초로 마을신문도 만들었다. 지난해 7월 창간호를 내고 분기마다 발행해오고 있다. 8개면의 마을신문에는 주민센터 소식을 비롯한 동네 구석구석의 알찬 정보를 담았다.

신문발행 비용은 ‘주민자치 협력업체 선정’이란 특색사업을 통해 충당했다. 동의 우수업소, 봉사활동이 활발한 모범업소 등을 선정해 ‘주민자치 지정 협력업소’란 현판을 제공하면 업체는 마을신문 제작에 일정 금액을 협찬했다.

지금껏 30여 업체가 협력업소로 선정됐다. 지난해 11월엔 강원도 속초시 청호동 주민센터와 자매결연을 했다. 현재 두 동은 특산물을 교환판매하고 청소년 교류사업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5월, 자치위가 중심이 돼 연 ‘참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 행사는 10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마을환경 그림그리기, 걷기대회, 마을환경 개선을 위한 서명운동 등으로 진행된 이 행사는 시의 공모사업에 채택돼 예산 일부를 지원받기도 했다.

올해 9월에는 마을축제를 겸해 행사규모를 더욱 늘릴 계획이다. 자치위 김인환(54) 위원장은 “복지회관과 주민센터 강좌 수강생 공연, 주민노래자랑 등 다양한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될 것”이라며 “주민모두가 기다리는 대표적인 마을축제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장기적 문화재 복원사업도 추진한다. 사적 144호로 지정된 벽제관지를 복원하고 당시의 사신왕래 모습을 재현해 관광명소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자치위 윤봉재(47) 간사는 “복원사업이 완료되면 고양시는 물론 인근 파주·의정부시에서도 찾아오는 명소가 될 것”이라며 “시 외곽이라는 지리적 단점을 오히려 타 지역과의 왕래가 수월하다는 장점으로 살려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동의 다양한 업소들과 연계해 청소년 아르바이트 및 주부·노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 취업박람회, 마을 방송국을 만들어 거리 곳곳에 음악이 울려 퍼지게 하는 일 등이 자치위가 구상 중인 신규 사업들이다.

이렇듯 특색 있는 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원동력은 자치위와 동 구성원간의 긴밀한 협력에서 나온다. 공성률(53) 동장은 “자치위원회와 동 직원·시의원 간의 유대가 탄탄하고 협조가 잘 이뤄져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며 “대부분의 사업을 관이 아닌 주민 스스로 기획하고 이끌어 간다는 점은 주민자치시대에 있어 높이 평가될 부분”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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