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성장률 전망치 ↑…수출 급등에 KDI 등 잇단 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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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올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2004년 1분기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의 5.3%에서 5.5%로 수정했다.

세계은행도 이날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1%에서 5.3%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앞서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16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전망치(4.5%)보다 0.8%포인트 높은 5.3%로 올렸다.

박승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8일 "경제가 상승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원래 전망치인 5.2%보다 높아져 5.2~6%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 중반으로 올릴 계획이고, 삼성경제연구소도 전망치를 수정할 계획이다.

KDI 거시경제팀 조동철 박사는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중국 경제가 호황을 지속함에 따라 수출이 예상보다 더 급증세를 보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렸다"고 말했다.

KDI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 예상치는 166억달러에 달해 당초의 예상치(74억달러)의 두배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는 2003년의 123억달러보다 많은 것이다.

그러나 내수 위축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KDI는 올해 총 소비 증가율을 지난해 말 예측치(4.2%)보다 낮은 3.2%로 수정했다.

특히 민간 소비 증가율은 원래 예상한 4.5%보다 크게 떨어진 3.3%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9.8%에서 8.5%로 낮췄고, 건설투자 증가율은 2.1%에서 1.1%로 내렸다.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상승에 영향을 받아 예상치(2.8)보다 높은 3.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김종윤 기자

[뉴스 분석] 수출 빼곤 다 나빠…통계적 반등요인 커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투어 올리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올해 경기 회복을 낙관하기 어렵다. 성장의 질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성장률이 올라가는 것은 오직 수출 때문이다. 소비나 투자 등 내수 경기는 여전히 썰렁하다. 성장률이 높아져도 일자리는 그다지 늘지 않는다. 수치상의 성장률 상승을 피부로 느끼기 어려운 이유다.

내수 부진은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기업들은 수출이 잘되는 업종에서조차 설비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대신 공장만 쉬지 않고 돌린다. 2월 공장가동률은 호황기 수준인 83%를 넘었다. 소비자들은 있는 돈도 안 쓴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계속 떨어지던 저축률이 지난해 말부터 다시 올라갔다. 불안한 미래에 대비해 일단 저축부터 하자는 심리다. 물가도 불안하다. 3월 중 원재료 가격이 전월보다 4.3% 올랐다. 2분기부터는 가격인상 요인이 생필품 등 소비자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경제성장률의 상향조정은 지난해 경제실적이 워낙 좋지 않았던 것이 통계적으로 반등한 데 불과하고, 내용 면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어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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