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환 사장이 스테비아로 재배한 노랑수박을 들어 보이고 있다.
스테비아는 전북 정읍시 입암면에 있는 바이오벤처기업이다. 이 회사의 정일환(46) 사장은 사명으로 쓰는 ‘스테비아’ 풀에 인생을 건 친환경농업 전도사로 불린다.
원산지가 브라질인 스테비아는 국화과 다년생 식물이다. 잎에 들어 있는 스테비오사이드라는 물질 때문에 당도는 설탕보다 200배나 높지만 칼로리는 90분의 1에 불과하다. 또 노화를 막는 항산화 효과가 녹차보다 5배나 뛰어나다.
“2001년 일본 농촌을 견학하다 스테비아를 봤는데 눈이 확 뜨이더군요. 농작물 당도 개선과 수확량 증대 등의 효과가 있다는 설명을 듣고 우리 농촌을 살릴 ‘물건’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전 재산을 들이다시피 해 재배법을 전수받았습니다. 주변에서는 ‘미쳤다’며 손가락질을 많이 했죠.”
연탄 배달부, 중국집 주방장, 서적 외판원 등을 전전하던 그는 곧바로 고향인 정읍에 조그만 사무실을 열고 ‘스테비아 토종화’ 연구에 몰두했다. 종묘를 들여와 농장을 경영한 지 1년 만에 스테비아에서 추출한 액을 일정 기간 발효, 숙성해 만든 유기농자재 제품을 개발했다. 사료 첨가제·건강식품도 잇따라 만들었다.
정 사장은 또 틈만 나면 농촌으로 가 무농약·무비료의 친환경농법 보급, 영농조합 결성 등에 힘을 쏟았다. 에어컨도 없는 중고차로 매달 1만㎞ 이상 달릴 정도였다. 그의 회사에서 생산한 스테비아 유기농자재를 쓴 쌀은 각종 농산물 품평회에서 입상하며 인기를 얻었다. 충북 음성 ‘정든 고향미’, 충남 부여 ‘백제의 미소’ 등은 대통령상을 받았다. 고창 등지에서 생산한 스테비아 수박은 값을 40~50% 더 받는다.
스테비아 제품의 우수성이 해외까지 알려져 일본·미국·터키 등 20여 개국에 수출한다. 첫해 1000만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지난해 50억원으로 급증했다. 농장 면적은 국내 10만㎡, 중국 600여 만㎡로 늘어났다.
정 사장은 “농산물 품질 향상은 물론이고 토질 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친환경제품 생산에 주력,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농민들을 돕는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장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