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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訪中 행보] 최고위층과 교감 다지기 주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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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을 방문 중인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행보가 과거 두차례에 비해 매우 단출하다.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과 장쩌민(江澤民)중앙군사위 주석 등 중국 최고층 지도자 면담에 주력할 뿐이다. 일부 베이징 소식통들은 "이번의 방중에는 과거와 다른 차원의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 현장을 몸소 체험하는 게 과거 두차례 방문의 주요 목적이라면 이번은 중국 최고 실력자들과 속 깊은 교감을 다지겠다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실제 이번 金위원장의 방문 일정은 요인 면담에 거의 국한돼 있다시피 하다. 시찰성 방문은 중국 측이 안배한 것으로 알려진 베이징 근교 부유 농촌 모델 한춘허춘(韓村河村)에 불과하다. 또 북한 지도자로서는 드물게 베이징 외곽의 만리장성을 관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00년 5월 첫 방문 때 베이징에서 정보통신 업종의 간판 기업인 롄샹(聯想)그룹과 중국판 실리콘 밸리쯤으로 여겨지는 중관춘(中關村)을 방문해 첨단 정보.통신 사업에 활발한 관심을 기울이던 모습과는 아주 딴판이다. 2001년 1월 상하이(上海) 방문 당시 증권거래소.자동차 공장.통신회사에 이어 상하이를 조감하는 둥팡밍주(東方明珠)탑에 올라 "상하이가 천지개벽한 것 같다"고 발언했던 때와도 다르다.

베이징의 북한 관측통들은 金위원장의 이번 방중에는 크게 세가지 과제가 담겨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북한 핵 문제로 인한 미국과의 긴장 상태 해소를 위해 전통적인 맹방인 중국의 최고위층 지도자와 직접적으로 교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2001년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 이후 한차례도 실현되지 않았던 최고위층 상호 방문의 맥을 이어가면서 양빈(楊斌)신의주 특구 행정장관 임명.체포.감금으로 이어진 양국 간의 불편한 관계를 정상적인 위치로 회복하는 일이다. 나머지 하나는 북한이 2002년에 시작한 '7.1 경제 개혁 조치'이후 이어지고 있는 에너지.식량난에 대한 중국의 지원 확보다. 이를 통해 막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개혁.개방 조치가 맥을 이어가도록 하는 게 북한의 의도라는 것이다.

金위원장은 이를 위해 권력서열 1위의 胡주석과 함께 江주석과의 만남에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 핵 문제의 해결과 맞물려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중국을 아직 실질적으로 리드하고 있는 江주석의 후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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