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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락하는 골프 회원권 가격…대세 하락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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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회원권 값이 6개월 내리 떨어졌다. 아파트 값이나 주가보다 더 빠졌다. 반 토막이 난 회원권도 있다. 딜러들은 "2년 전 가격으로 돌아갔다"고 말한다. 값이 많이 빠졌으니 살 때인지, 아니면 더 빠질 수 있으니 지켜봐야 하는지 중앙SUNDAY가 살펴봤다.

골프 회원권 값이 지난 3월 정점을 찍은 후 급락하고 있다. 에이스피 회원권지수(2005년 1월=1000)는 3월 15일 사상 최고인 1715에서 8월 8일 현재 1442로 5개월 새 16% 떨어졌다. 2004년 이후 큰 폭으로 오른 수도권 회원권은 하락 폭이 더 컸다. 안성베네스트우대 회원권의 경우 같은 기간 5억2500만원에서 2억8800만원으로 45% 하락하는 등 수도권 207개 회원권 중 20%이상 급락한 종목만 58개에 달했다. 딜러들은 “지난 2년간 오른 것을 다 까먹었다”고 말했다.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과거처럼 반등할지, 아니면 1990년대 일본처럼 장기 침체의 길로 접어들지 의견이 분분하다.

반등 없는 하락
올해 골프 회원권 값 흐름의 가장 큰 특징은 하락장에서도 언제나 따라오던 단기 반등의 패턴이 사라지고 줄기차게 밀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반등 없는 하락은 회원권 시장의 버팀목인 법인 매수세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3~4월과 5~6월은 각각 12월 결산법인과 3월 결산법인(증권사·보험사)이 주총을 마치고 새 임원들을 위해 회원권을 집중 매입하는 때로 언제나 이 즈음엔 회원권 값이 반등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증권사와 보험사가 회원권을 사들이는 데 소극적이었다. 증권사는 증시 침체로, 보험사들은 해약이 늘어나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택 분양시장이 얼어붙자 자금사정이 나쁜 건설업체들은 현금화가 쉬운 회원권을 매물로 쏟아냈다. 이주대 레이크회원권거래소 팀장은 “큰손들이 4월 총선, 촛불시위에 따른 정치적 불안을 걱정하며 움직이지 않은 것도 하락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유동성이 증가하면 아파트 값이 먼저 상승하고 이어 주가와 골프 회원권 값이 오른다”고 분석했다. 유동성 증가는 아파트 값 상승에 즉각 영향을 끼치고, 주가와 골프 회원권 값에는 두 달 정도 시차를 두고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유동성 증가→아파트 가격 상승→주가 및 골프 회원권 값 상승의 순차적 가격 상승 흐름이 한동안 진행되고 나면 정책당국이 유동성 회수에 나서 결국 자산시장 전반이 조정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신현찬 에이스골프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2003년 10·29와 2005년 8·31, 2006년 3·30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후 회원권 시장은 반사이익을 누렸다”며 “그러나 올해는 회원권 시장이 부동산 시장의 대체 투자처로 인정받지 못하고 부동산·증권 시장의 침체와 흐름을 같이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건설업체 매물 많아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경제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골프 회원권 가격 역시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특히 개장 골프장 수의 급증은 하락세를 부채질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경기 하강을 맞아 건설회사를 비롯한 중견·중소기업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잇따라 회원권 처분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보고서는 회원권의 입회금(분양대금) 반환 문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회금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회원이 요구하면 되돌려줘야 하는 ‘장기부채’다. 대다수 골프장은 입회금을 공사비와 땅 매입자금으로 써 버렸다. 반환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분양가를 밑도는 일부 지방 골프장은 입회금을 반환하지 못해 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골프 회원권 가격이 폭락한 것은 91년 거품 붕괴와 함께 골프 인구가 줄어든 데다 입회금 반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골프장들이 줄도산했기 때문이다. 일본 간토골프회원권거래소조합에 따르면 회원권 가격은 90년 2월 평균 4388만 엔에 달했던 것이 2003년 6월에는 248만 엔으로 94%나 폭락했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처럼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중저가 종목 반짝 반등
거래 현장에서는 단기 반등을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신현찬 애널리스트는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차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고 ▶수도권 회원권 시장의 경우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하락 폭이 컸고 주변 여건이 좋아지고 있으므로 3분기 전망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현균 에이스골프 애널리스트는 “회원권 시장은 매도 우위의 하락장을 주기적으로 경험하면서도 최근 10년간 연평균 14.6% 상승하는 등 안정적 성장을 해왔다”며 “올해 급락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비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 시장 요인들이 이미 충격을 줬으므로 추가 악재가 터져도 충격은 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봉진 초원회원권거래소 부장은 “지난주부터 중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조심스레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9억원 이상 초고가 회원권의 경우 법인 매수세가 붙지 않아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황제 회원권으로 불리는 남부는 20억원을 밑도는 매물이 나와 있다.

허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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