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파일>알트만 감독 "빈센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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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 사망 1백주년을 기념해 90년에 제작된 로버트 알트만 감독의 『빈센트』(스타맥스)가 뒤늦게 출시됐다.화가로 활동한 것은 고작 10년이지만 1천8백여점의 그림을남긴,그러나 생전에 단 한편만이 팔렸을 정도로 몰이해와 가난속에 살았던 화가.그림에 대한 지나친 열정과 강박관념등으로 자신의 귀를 자르는 광기에 빠져들어 37세에 까마귀가 나는 보리밭에서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 고흐.
56년 빈센트 미넬리 감독이 만든 『열정의 랩소디』(우일)는고흐의 일대기를 충실하게 그린 모범적인 전기영화다.87년 네덜란드 출신의 호주감독 폴 콕스가 연출한 『빈센트』는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내레이션하면서 다큐멘터 리와 픽션형식을 결합한 뛰어난 작품으로 손꼽힌다.모리스 피알라 감독의 90년 작품 『반 고흐』(SKC)는 아를르에 정착한 말년의 고흐 내면을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하고 있다.
알트만 감독의 『빈센트』는 원제목이 『빈센트와 테오』라는 데서도 알 수 있듯 빈센트(팀 로스)와 테오(폴 리스)의 관계에중점을 두고 있다.무려 6백52통의 편지를 주고받은 두 사람의관계는 형과 아우,혹은 가난한 화가와 그를 정 신적.물질적으로후원한 화상의 관계를 뛰어넘는다.
그림을 장식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부르주아를 경멸했던 테오는 고흐 못지않은 정신적 고통을 겪었고,고흐가 죽은지 6개월만에 정신발작으로 그의 뒤를 따름으로써 두 육체에 깃들인 하나의영혼,정신적 동반자 관계를 확인시킨다.하지만 1 백38분 원작을 1백13분으로 잘라 출시해 감독의 의도를 훼손한 스타맥스사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비디오 평론가>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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