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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여행>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80년대 후반 홀연히 나타나기 시작한 크로스오버는 크게 두가지 장르로 나눌 수 있다.하나는 팝음악 쪽에서 클래식을 「들여다보기」,다른 하나는 클래식 연주자들의 팝음악 탐색이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57년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한 뮤지컬의 고전이다.『마리아』『투나이트』등의 넘버가 귓가에 맴돈다.번스타인이야말로 클래식과 팝을 망라한 미국 음악계의 정신적 지주다. 케니 로긴스.칙 코리아.제임스 잉그램.앨범 커버에 즐비하게 도열한 쟁쟁한 팝 아티스트들의 이름은 팝 스타들의 클래식 재평가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는 서곡이다.심연을 흐르는듯한 필 콜린스의 목소리.이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화해의 노래가 『섬웨어』다.「평화와 고요함,그리고 자유로운 공기가 있는 곳.우리를 위한 그곳으로.」이 앨범이 제작되는 동안 불의의사고로 목숨을 잃은 신예 셀레나가 여주인공의 한사람인 애니타 역을 맡아 리드미컬한 소품 『저런 남자( A Boy Like That)』를 선사한다.친구 마리아를 향해 부르는 「네 오빠를해친,저런 남자…잊어버려라.」 이 세상을 향한 마지막 충고처럼들린다. 결론적으로 말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올해 발표된 앨범중 크로스오버 장르의 최고봉에 등정한 작품이다.어설픈 클래식 흉내내기가 아닌,나름대로의 클래식 재해석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여기에 참여한 팝 아티스트들이야말로 크로스오버의 승리자가 됐다.

<음반평론가> 서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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