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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책 읽기] 단점 고치려 낭비 말고 잘하는 것에 힘 쏟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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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점 발견 2.0
(Strengths Finder 2.0)
톰 래스 지음
갤럽 프레스, 175쪽, 19.95 달러

“충분히 노력하면 뭐든 될 수 있다”는 서양 격언이 있다.

과연 그럴까. 미국의 베스트셀러 『강점 발견 2.0』 (Strengths Finder 2.0)은 이 명제를 정면으로 거부한다.

선천적 이유건, 개인적 기호 때문이건, 잘 할 수 없는 곳에 정력을 쏟아봐야 결과가 신통치 않을 거란 얘기다.

대신 자신의 장점을 발견, 능력을 잘 살릴 수 있는 분야에 전력투구함으로써 훨씬 좋은 성과를 내자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당연한 얘기일 수 있다. 그럼에도 주위를 둘러보면 이처럼 단순한 원칙이 통용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 흔하다.

대개 학부모는 뒤떨어진 과목에 치중하라고 자녀들에게 충고한다. 미 학부모의 77%가 가장 처지는 쪽에 아이들이 집중해야 한다고 믿는 걸로 조사됐다. 그러나 숫자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몇 시간씩 수학책을 붙잡고 있게 한다고 성적이 오르긴 어렵다. 남과 어울리기 싫어하는데 세일즈맨으로 성공하기 바라는 것도 무리긴 마찬가지다.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한 극적인 일화도 소개한다. 노트르담대 스타디움 관리인이 된 루디 뤼티거란 실존인물 이야기다. 키 170㎝, 몸무게 75㎏로 미국인치곤 왜소한 편인 그는 자신의 신체 조건에도 불구, 미식축구 선수를 꿈꿨다.

그래서 세 번의 낙방을 딛고 미식축구로 유명한 노트르담대에 들어간다. 시원찮은 신체 조건 탓에 뤼티거는 후보 선수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결사적으로 훈련에 임했다. 물론 그런다고 주전으로 뛸 수는 없는 일이다. 내내 후보로 머물어야 했다. 결국 졸업 직전 마지막 게임에서 동료들의 간청에 못이긴 감독이 그를 단 몇분 동안 출장시켰다. 그 짧은 순간 뤼티거는 상대팀 쿼터백을 태클로 넘어뜨리는 수훈을 세운다.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기로 변하고 그는 단숨에 영웅이 됐다. 그러나 결과는 무엇인가. “수천 시간의 피나는 연습 끝에 그가 해낸 건 단 한 번의 태클뿐”이라고 이 책은 매몰차게 지적한다.

첫 머리에서 이런 주장을 편 후 이 책은 자신의 장점을 발견해 내는 구체적인 길을 제시한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만든 ‘강점 발견 테스트’가 그것이다. 이 테스트는 200만 명 이상과의 인터뷰 자료를 분석해 만든 것이다. 갤럽은 이를 토대로 탐구심·조정능력·책임감 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장점을 34가지로 나눴다. 자신의 특성을 파악하려는 이는 30분쯤 걸리는 이 인터넷 테스트에 응하면 된다. 그러면 곧바로 34가지 특성 중 자신의 5가지 장점이 걸러져 나온다.

이를 토대로 이 책은 각 특성별 행동지침을 제시한다. 예컨대 “조정능력이 뛰어나면 가급적 다양한 시각의 인사들과 친분관계를 유지하라”고 이 책은 충고한다. “의견이 충돌할 경우 타협점을 끌어내는 조정능력이 크게 인정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런 특성의 동료·선후배와는 어떻게 지내는 게 좋은지도 설명돼 있다.

“노력한다고 뭐든지 이룰 수는 없지만, 지금 잘하는 걸 더 훌륭히 할수는 있다”는 슬기를 담은 삶의 전략서인 셈이다. 인생에서 새로운 도약을 원할 때 길라잡이로 삼을만한 실용서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톰 래스=갤럽 회장이던 고(故) 도널드 클리프턴의 외손자로 미국 미시간대에서 심리학 석사 학위를 받은 조직연구가. 지금은 갤럽에서 리더쉽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그간 『당신의 물통은 얼마나 채워져 있습니까?』,『내 인생에 부족한 2% 프렌드십』등 처세술에 관한 베스트셀러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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