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대중총재.자민련 김종필총재野圈공조 초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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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난 토요일 오후 서울신당동 김종필(金鍾泌)자민련 총재 자택. 옛날 동네명칭을 따 여전히 「청구동」으로 불리는데 신년휴가이후 처음으로 집안에 온종일 머물며 망중한(忙中閑)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화가 날때 종종 하던 「칩거」는 아니다.
이동복(李東馥)대변인.이건개(李健介.전국구)당선자,조용직(趙容直)비서실장과 함께 환담하면서 앞날 정국을 구상한 것이다.
가장 관심가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와의 관계설정에 대해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김대중총재와는)곧 만나게 될거요.야당이 힘을 합쳐 金대통령의 독선을 견제해야 하거든.』 김대중총재도 일요일 일산 자택에서 권노갑(權魯甲)비서실장.손세일(孫世一)정책위의장등과 함께「정면돌파」로 국민회의 패배상황을 풀어나간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김종필총재에 대해 묻자 金총재는 특별한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權실장이 대신 『자민련 金총재와는 공조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孫의장은 『김종필총재.민주당과 힘을 합쳐 신한국당의 원내과반의석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金씨(DJ.JP)의 공조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金대통령의 승리가 양金씨의 위기의식을 촉발했기 때문이다.
올초엔 내각제 개헌문제를 두고 불꽃공방을 벌였던 DJ(김대중총재)와 JP(김종필총재)였다.
여당참패가 예견되던 3월말까지만 해도 『선거후 정국안정을 위해 金대통령과 협조하겠다』는 뉘앙스 묘한 발언을 했던 JP다.
그러나 이젠 공동의 적 앞에서 개헌론이나 「YS-JP제휴설」같은 갈등요인은 묻어두고 金대통령 견제를 위한 총력전을 펼것이분명해 보인다.
JP의 캐스팅보트는 상당기간 신한국당보다 국민회의 쪽으로 행사될 전망이다.
DJ도 실현성 적은 민주당과의 야권통합보다 자민련과의 사안별협조를 통해 정국을 풀어나갈 것이다.우선 「여권의 불탈법 선거운동」에 대한 공격이 공조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측은 선거운동에서 여당후보가 돈을 뿌린 몇몇 뚜렷한 증거를확보하고 있다.
돈선거.검-경(檢警)선거에 관한 공동백서 발간이 검토되고 있으며 개원국회에서 관련장관 탄핵안.국정조사권 발동 등에 강력한공조가 이뤄질 것이다.
대선자금을 이슈화하는 문제도 사안별 공조의 대상이 된다.다만자민련쪽은 국민회의보다 이 문제에 관한한 덜 의욕적이다.
무소속 당선자들의 신한국당행을 막는 문제도 시급하다.
여당이 과반의석을 얻게 되면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내년 대통령선거를 향한 양측의 전략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자민련 金총재는 충북.대구.경북지역 무소속의 자민련 영입을 추진하고 있는데,최소한 여당 입당만은 막아야 한다고 독려가 대단하다.
그러나 양金씨간 공조엔 한계가 있다.어차피 두 사람 모두 대권에 대한 꿈을 버리지않고 있기에 金대통령의 발목을 일단 잡아놓은 뒤엔 「수구세력.유신세력의 대표」「색깔이 이상한 사람」으로 서로 공격하며 대선전에 돌입할 것은 불보듯 환 하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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