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난 박주영 ‘검은 사자’ 잡았다 놓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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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친황다오에서 열린 베이징 올림픽 축구 조별리그 D조 카메룬과의 첫 경기.

한국은 후반 22분 박주영(23)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으나 후반 35분 상대 만젝에게 동점을 내주며 다 잡았던 승리를 놓쳤다. 올림픽 2회 연속 8강 진출의 꿈도 안개 속으로 빠졌다.

박주영-이근호를 투톱으로 내세운 한국은 초반 중원에서 강한 압박과 협력수비를 통해 주도권을 잡았다. 전반 6분 이근호가 문전 왼쪽에서 박주영의 백헤딩 패스를 받아 결정적인 슈팅을 날렸지만 상대 골문 오른쪽을 살짝 벗어났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놓친 것이라 아쉬움이 컸다.

카메룬도 중앙 미드필더 스테판 음비아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전반 11분 세르지 은갈이 문전에서 날린 위협적인 헤딩슛을 신호탄으로 한국의 측면과 수비 뒷공간을 집요하게 노렸다. 카메룬의 압박이 거세지자 한국은 미드필더와 수비라인이 밑으로 처지면서 수세에 몰렸다.

동시에 카메룬전을 위해 준비해 뒀던 다양한 공격루트 활용도 사라졌다. 전반 15분 오른쪽 측면에서 이청용과 이근호가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며 돌파한 뒤 슈팅으로 연결한 것이 전부였다. 공격의 연결고리인 중앙 미드필더들의 전진 패스가 보이지 않았고, 좌우 윙백과 측면 미드필더들의 돌파도 위축됐다.

최후방에서 박주영에게로 연결하는 단조로운 공격 패턴이 반복되면서 골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한국은 후반 들어 전술적 변화를 꾀했다. 이른바 ‘박주영 시프트’였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인 백지훈을 빼고 신영록을 투입, 이근호와 투톱으로 세웠다. 그리고 박주영을 측면으로 돌려 상대 수비 뒷공간을 침투하도록 했다.

전술 변화는 성공이었다. 박주영은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자재로 상대 수비를 헤집고 다녔다. 후반 4분 박주영은 왼쪽 측면을 무너뜨린 뒤 절묘한 크로스를 올리는 등 플레이에 탄력이 넘쳤다. 이어 후반 22분 미드필드 왼쪽 측면에서 한국이 상대 반칙으로 프리킥을 얻었다. 박성화 감독으로부터 전문 키커로 특명을 받은 박주영은 천천히 심호흡을 한 뒤 오른 발목으로 힘껏 감아찼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상대 골키퍼 앞에서 왼쪽으로 굴절되면서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2006년 11월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이후 올림픽팀에 21개월 만에 전하는 반가운 골 소식이었다. 골 결정력 부족으로 고개를 숙였던 그도 활짝 웃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후반 중반 들어 체력이 떨어진 수비라인이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한 것이다. 후반 35분 교체투입된 카메룬의 조지 만젝이 문전 왼쪽으로 흘러나온 볼을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한국의 골문을 갈랐다. 한국은 후반 42분 이근호가 문전 중앙에서 회심의 헤딩슛을 날렸지만 골문을 벗어나며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한편 한국은 이탈리아와 10일 오후 8시45분(한국시간) 같은 장소에서 조별리그 2차전을 벌인다.

친황다오=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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