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빗나간 예측보도 상처입은 후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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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자민련 텃밭인 충남에선 보기 드물게 신한국당과 자민련후보가 시소게임을 벌였던 예산선거구의 두 정당 후보들은 11일 개표 직후 몇시간 동안 지옥과 천당을 오락가락해야 했다.
이날 오후6시 신한국당 오장섭(吳長燮.49)후보 선거사무실은일순 환호에 휩싸였다.투표종료와 동시에 TV에 방영된 방송사 당락예측 합동조사결과에서 신한국당의 압승 예상이 나온 뒤 얼마후 吳후보가 45%라는 압도적 우세로 당선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방송사마다『투표 종료와 함께 당락을 알 수 있다』는 예고방송을 요란하게 쏟아낸 때문에 이 예측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모방송사 취재기자는 개표가 시작되기도 전인 오후6시50분쯤 카메라를 들고 선거사무실에 들이닥쳐 吳후보와 당선인 터뷰까지 했다.
하지만 곧이어 개표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일변했다.그나마 처음엔 근소한 차이로 불안한 우세를 지키던 吳후보는 점차 추격을 당하더니 오후9시쯤엔 판세가 역전됐다.오후11시쯤엔 1천표이상차이가 나 패배가 확실해졌다.지지자들이 몰려들어 한바탕 소주파티가 벌어졌던 吳후보 사무실은 침묵에 빠져 들었다.간간이 한숨소리와 함께 『왜 사람을 두번 죽이느냐』는 볼멘소리도 드문드문터져 나왔다.
같은 시간 자민련 조종석(趙鍾奭.64)후보 사무실의 모습은 그야말로 토출용궁(兎出龍宮).趙후보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한편으로 이번 방송조사의 부정확성과 무책임함을 맹공했다.오후10시부터는 『꼴보기 싫다』며 TV수상기를 아예 치워버리 고 개표소에나가 있는 투표참관인들로부터 개표상황을 직접 보고받았다.
이번 방송사의 투표자 여론조사로 인해 전국 30여개 선거구에서 이처럼 1,2위가 뒤바뀌는 해프닝이 빚어졌다.「오차 ±4.
3%」가 얼마나 큰 수치일 수 있는가를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주지시키지 않고 속보성을 지나치게 중시한 오류를 범 한 때문이다.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가 더 깊은 실의의 나락으로 떨어진 후보와 지지자들의 쓰라림을 조금이라도 배려했다면 투표조사방송은 조심스럽고 정확성을 기해야 했다.
〈예산에서〉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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