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수입차 가격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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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현대·기아자동차가 1일 전 차종 가격을 평균 2% 올린 데 이어 다음 달엔 일부 수입차 업체가 차 값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BMW코리아 등 유로 환율 시세로 수입차 값을 매기는 업체들은 올 상반기 유로 환율이 전년 동기 대비 15% 이상 급등한 데 따라 9월부터 차 값을 차종마다 2∼4%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수입차 가격 인하에 앞장섰던 BMW 528시리즈의 경우 200만∼300만원 오를 전망이다. 앞서 5월 프랑스 푸조를 수입해 파는 한불모터스는 유로화 강세를 이유로 6개 차종 판매가를 1∼3%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붐을 주도해 온 BMW코리아가 값을 올리면 눈치 보던 다른 업체들이 뒤따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유럽산 디젤승용차를 수입·판매하는 GM·크라이슬러도 예외는 아니다. BMW의 서울 일부 딜러는 “다음 달부터 차 값이 오를지 모르니 이달 안에 계약하라”고 고객들에게 조언한다고 한다.

환율 변동에 관계없이 연초 결정된 환율로 수입 대금을 지불하는 폴크스바겐·아우디·벤츠는 올해보다 내년이 걱정이다. 폴크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전년도 상반기 환율을 기준으로 연간 판매가를 정한다. 올 상반기 유로화 강세가 지속돼 내년엔 차 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 수입차 업체는 최근 엔화 강세가 진정되면서 원-엔 환율이 950원 이하로 떨어지자 한숨을 돌렸다. 혼다코리아의 이승원 부장은 “엔 가치가 1000원을 넘으면 값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최근 환율이 안정돼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고 전했다.

환율 급등으로 재빨리 가격을 올렸다가 낭패를 본 경우도 있다. 도요타코리아는 2004년 상반기 석 달간 엔화 환율이 약 10% 올라 1050원까지 치솟자 값을 2∼4% 올렸다. 그해 영업이익은 200억원대로 수입차 업계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2006년부터 엔화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지난해엔 740원대까지 하락했지만 값을 내리지 않아 소비자들의 원성을 듣기도 했다.

한국수입차협회의 윤대성 전무는 “환율 환경 때문에 앞으로 수입차 업계의 가격 인하는 좀처럼 보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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