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에바란다>미래를 생각하는 유권자가 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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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표일이 사흘 남았다.어느 정당의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다시 한번 생각해볼 때다.선진외국의 유권자들은 선거 때 정당과후보에 대한 명확한 선택이 비교적 용이하다.그것은 정당과 후보들간의 정책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선진외국에도 지역주의가 있으나 그 지역주의는 대체로 정책적 지역주의의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을 한 세기이상 견지해온 미국 남부지역의 경우 항상 우파 보수주의 정책의 보루였다.선진외국의 선거는 국민들이 그들이 나 아갈 방향에 대해 선택을 하는 기회인 것이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이번 선거는 20세기에 마지막으로 실시하는 총선이다.다음 선거는 21세기가 되는 것이다.당연히 20세기에서 21세기로 나아가는 전환의 시점에서 국민에게 제시하는 방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각 정당과 후보들은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그들의 정강정책이 타당(他黨)과 어떠한 차별성이 있는지 부각시키고 못하고 있는 것이다.유권자들은 여전히지연과 학연 등 연고 이외에는 정당과 후보들을 판단할 기준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물을 보고 표를 찍는다고 하지만 정당이나 정책과 무관한 인물선택은 공허한 선택일 뿐이다.정당간의 정책대결없는 경쟁은 국회의원 자리를 위해 이전투구하는 권력투쟁일 뿐이다.
이러한 선거판에서 우리들은 어떻게 투표해야 할 것인가? 이번총선에서도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종전에 투표하던 대로 연고에 따른 투표를 할 가능성이 크다.일부 국민들은 이와 같은 선거에 식상해 기권을 할 것이다.그러나 우리들이 이렇게 투표한다면 우리들이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정치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이번선거도 정책선택의 기회가 아닌 권력투쟁의 기회로 전락해 사회분열만 조장할 것이다.북한의 위협이 고조되고 있고 우방들의 지원이 약화되는 오늘날에 있어서 이와 같은 상황은 실로 위험한 상황이 될 것이다.
번 선거에서 정치인들이 만든 선거판이 아무리 불만족스럽다 하더라도 우리들은 종전의 습관대로 연고투표를 해서도 안되고 정치적 냉소주의로 기권을 해도 안될 것이다.우리들은 주권자로서 지난 3년간의 김영삼정부와 여당의 정책에 대해 판단을 하고 그간의 야당에 대해서도 평가를 해야할 것이다.통치를 담당하고 있는김영삼 정부와 여당은 잘해왔는가? 야당은 정부와 여당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잘해왔는가? 이런 점을생각해서 우리들은 투표해야 할 것이 다.
정부 여당도 잘못했고 야당도 잘못해왔다고 평가하는 국민들은 어느 쪽이 덜 잘못했고,어느 쪽이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지를생각해서 투표일에 정당과 후보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그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있어야 한 다는 얘기다.
우리는 생각하는 투표자가 되어야 한다.유권자들이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서 투표한다면 선거는 단순한 권력투쟁이 아니라 정책선택의 기회가 될 것이다.이번 선거에서는 정치인들이 조장하고 있는 혼란스러운 정치판을 유권자들이 정리해야하는 만 큼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서 중요한 한표를 던져야 할 것이다.
〈서울대.정치학〉 이정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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