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자민당 간사장 망언으로 업무 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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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 자민당 아소 다로(麻生太郞) 간사장이 특유의 망언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4일 민주당 출신 에다 사쓰키(江田五月) 참의원 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민주당을 나치에 빗댄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민주당은 정말로 정권을 잡을 생각이 있는 건가. 그럴 생각이 있으면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며 운을 뗀 뒤 “독일에서도 국민이 한번 시켜 보자고 나치를 선택했다가 그런 꼴이 났다”고 말했다.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를 훈계하는 듯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받는 입장이던 에다 의장은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반론을 폈다. 그는 “나도 말 좀 해야겠다”며 “지금 걱정해야 할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이 (자민당과 민주당 가운데) 어느 쪽을 보고 있느냐인가”라고 되받아 쳤다. 갑자기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아소는 특유의 미소를 지은 채 방을 빠져 나왔다는 것이다. 일본 언론은 그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처럼 독설을 퍼부으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발언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아소의 망언을 전해 들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간사장은 “아소 간사장에게 발언 취소를 요구할 것”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아소는 “야당이 참의원에서 심의를 하지 않으면 (국정이) 어떻게 되느냐. 독일이 과거 정권 운영을 나치당에 한번 맡겨 보자고 했다가 어떻게 됐는지는 역사가 말해 주기 때문에 그렇게 발언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심의가 중요하다는 뜻이었다”는 해명이지만 언론에서는 “아소의 설화가 본격적으로 도지기 시작했다”고 해석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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